[문화가 흐르는 한자]<546>鷄 鳴 狗 盜(계명구도)

  • 입력 2003년 3월 18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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鷄 鳴 狗 盜(계명구도)

鷄-닭 계 鳴-울 명 盜-도둑도

謀-꾀할 모 狐-여우 호 關-빗장 관

戰國時代(전국시대) 齊(제)의 孟嘗君(맹상군)은 3000명이나 되는 食客(식객)을 거느리고 있었다. 어느 날 강국 秦(진)의 昭襄王(소양왕)이 宰相(재상)으로 모시겠다고 제의해 왔다. 마음에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이 기회에 秦을 잘 구슬려 놓으면 조국인 齊나라에도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생각에서 수락하고는 食客 몇 명만 덩그머니 데리고 秦으로 갔다. 그러나 막상 秦에 와 보니 상황이 달라져 있었다.

“녀석은 조국인 齊나라를 위할 뿐 결코 우리 秦나라를 위해 일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뭇 신하들의 건의였다. 昭襄王은 난처했다. 登用(등용)하지 않자니 怨恨(원한)을 품을 것같고, 되돌려 보내자니 秦이 위태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昭襄王은 그를 죽여버리기로 했다.

이 謀略(모략)을 눈치챈 孟嘗君은 昭襄王의 愛妾(애첩)에게 귀국을 간청했다.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

“좋소. 하지만 당신이 왕에게 바쳤던 것과 똑 같은 선물을 바친다면….”

사실 그가 이번에 昭襄王에게 바친 선물은 狐白구(호백구)라는 것으로 여우의 겨드랑이 털로 짠 옷이었다. 한 벌을 짜기 위해서는 수천 마리의 여우가 필요했던 만큼 珍品(진품)중의 珍品이었다. 그는 더 큰 고민에 빠졌다. 이 때 불쑥 나선 사람은 바로 함께 갔던 食客이었다. 그는 狗盜(개처럼 뒷구멍으로 들어가서 물건을 몰래 훔쳐오는 것·곧 좀도둑)로 이름난 자였다. 과연 그는 狐白구를 감쪽같이 훔쳐내 가지고 왔다. 孟嘗君 일행은 야음을 틈타 궁을 빠져 나와 그 길로 국경을 향해 내달렸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昭襄王은 군사를 풀어 추격해왔다.

일행은 국경 초소인 函谷關(함곡관)에 닿았다. 하지만秦의 규정으로는 첫 닭이 울기 전에는 關門(관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이 때 나선 또 하나의 食客이 있었다. 그는 鷄鳴(닭 울음소리를 흉내내는 것)으로 유명한 자였다. 그가 닭울음소리를 내자 주위의 닭들이 일제히 울기 시작했다. 문지기가 눈을 비비면서 關門을 열어주자 일행은 쏜살같이 函谷關을 빠져나왔다.

鷄鳴狗盜란 ‘하찮은 재주’라는 뜻도 있고 또 그런 재주지만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造物主(조물주)는 누구에게나 한 가지 재능은 내려주었다. 따라서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다. 물론 도둑질하는 재주는 곤란하겠지만….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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