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고 손기정옹의 묘비에 우승 당시 ‘상록수’의 작가 심훈이 감격에 겨워 쓴 즉흥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가 새겨진다.
손옹의 장남 정인씨(60)와 장녀 문영씨(62) 등 유족은 11일 “4월 중 아버님 묘지에 세울 비석에 심훈의 시를 새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영씨는 “아버님께서는 생전에 그 시를 아주 좋아해 틈나는 대로 읊으며 과거를 회상하곤 하셨다”고 말했다.
유족이 심훈의 시를 손옹의 묘비에 새기기로 한 것은 지난해 12월. 그러나 비문이 길어 새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겨울에는 공사가 어려워 4월 중에나 건립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석비엔 손옹의 주요 경력, 훈장, 가족관계 등도 새겨진다.
‘베를린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남승룡 양군에게’란 부제가 붙은 이 시는 마라톤 영웅의 외로운 질주를 찬양하고 우승의 감격을 통해 억눌린 민족의 아픔을 잘 표현해 냈다.
지난해 11월 15일 90세를 일기로 타계한 손옹은 대전국립묘지 국가유공자묘역에 안장됐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