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SXE-잃어버린 자유, 춘화로 읽는 성의 역사'

  • 입력 2003년 1월 10일 18시 18분


◇SXE-잃어버린 자유, 춘화로 읽는 성의 역사

스티븐 베일리 등 지음/안진환 옮김/407쪽/3만8000원/해바라기

이 책은 글보다는 그림에 먼저 눈길이 가서 꽂힌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포르노그래피다. 요즘 인터넷이나 비디오로 쏟아지는 포르노그래피에 못지않게 자극적인, 그러나 약간 ‘색다르게 자극적인’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미셀 푸코의 ‘성의 역사’를 사 보고는 실망한 사람들이 ‘성의 역사’란 제목에서 기대했을 법한 것, 바로 그것이 들어 있는 책이다.

그리스 로마 중국 인도 일본 페르시아 등 각 지역의 노골적인 성 풍속화나 고대의 춘화부터 오늘날의 사이버 섹스 장면까지를 200여장의 화려한 도판으로 비교해 볼 수 있다. 섹스의 모습은 수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언제 어디서나 늘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현대적 포르노그래피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폴란드 화가 페오도르 로자노브스키의 ‘봄의 사랑’(1933년)이다. 지하철에서 만난 한 남자와 여자가 러브호텔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전희에 빠지면서 흥분을 고조시켜가는 30가지의 장면을 대담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는데 프랑스에서만 한정 출판된 20세기 에로틱 시리즈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다.

루마니아 출신의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가 실제 남근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프린세스 X’(1916년), 아몬드 모양의 격자 장식이 드러누워 있는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포드자동차 ‘에드셀’(1957년) 등은 성애가 예술적 상상력의 무한한 원천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패션기업 ‘프렌치 커넥션 영국(UK)’의 브랜드는 ‘fcuk’다. 1990년대 이 브랜드는 철자가 잘못된 듯한 ‘SXE’라는 낙서로 유명한 광고 간판을 탄생시켰다. ‘SXE’는 물론 ‘SEX’를 완곡하게 드러낸 것이다. ‘fcuk’ 또한 ‘fuck’을 의식하고 표현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영국 출신 미술 비평가 스티븐 베일리를 필두로 20여명이 공동 집필한 책. 원제 Sex(2001년).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