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시나리오]돋보인 기술성…아쉬운 문학성

  • 입력 2002년 12월 31일 16시 58분


▼심사평▼

안타깝게도, 올 해 시나리오 부문에서는 당선작을 내지 못하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 줄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심사위원들의 마음 또한 편치 못하다. 어떠한 심사기준을 적용하든, 이미 정해진 응모작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한 편의 작품을 고를 수는 있지 않았냐는 문제 제기를 감수해야 함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을 내지 않는데 의견이 일치했는데, 그것은 일반 시나리오 공모전과는 다른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이라는 마당과 틀의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란, 그리고 좋은 시나리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맥락에 따라 답이 달라질 것이다. 산업적 맥락에서 시나리오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설계도의 역할을 해야 하고, 때로는 영화의 제작, 투자 여부를 결정짓는 제안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신춘문예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그런 조건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신춘문예의 모든 부문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조건, 곧 '문학성'을 기본적으로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모든 시나리오가 문학 작품일 필요는 없지만, 신춘문예 시나리오 부문의 당선작만큼은 영화로서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모국어를 다루는 충실한 기량 또한 보여주어야 하리라.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내 얘기를 들어봐' (정선주), '토이 크레인' (최원종), '오이도' (하창현), 'Shaman me' (박정원), 이렇게 네 편이었다. 영상언어에 대한 감수성, 표현과 소통에의 의지, 이야기의 진정성과 개성 있는 목소리, 이러한 미덕들을 이 작품들은 나름대로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슴없이 당선작을 뽑기를 망설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위의 조건까지 고루 충족시키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응모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다음 해를 함께 기약하기를 부탁드린다.

임권택 영화감독

김홍준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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