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스타일/술]부담없이 즐기는 '애프터 디너 드링크'

  • 입력 2002년 12월 19일 16시 37분


연말 모임에 어울리는 따뜻한 애프터 디너 드링크. 레드와인을 주로 사용한 ‘글뤼바인’(왼쪽)과 상큼한 맛의 핫 레모네이드.
연말 모임에 어울리는 따뜻한 애프터 디너 드링크. 레드와인을 주로 사용한 ‘글뤼바인’(왼쪽)과 상큼한 맛의 핫 레모네이드.
연말 모임이 잦아지면서 ‘애프터 디너 드링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애프터 디너 드링크’는 저녁 식사 후 여러 잔씩 마셔도 크게 취하지 않는 알코올 도수가 낮은 음료를 가리키는 말. 서로 잘 아는 사람끼리 모여 한 자리에 앉아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는 한국식 모임 문화와 달리 호스트(파티 주최자)의 재량에 따라 이질적인 사람들이 섞이는 서구식 스탠딩 파티 문화에서 대화의 촉매제 및 ‘아이스브레이커’(처음 만난 사람들끼리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로 쓰이기도 한다. 오랜 외국 생활, 전문적인 교육 등을 통해 ‘애프터 디너 드링크’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에게서 제조법에 관해 조언을 들었다.글〓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사진〓신석교기자tjrry@donga.com

●파리지엔의 애프터 디너 드링크

봄베이 토닉, 모히토, 카페 로열, 마티니 아이스티(왼쪽부터)

루이뷔통의 양성욱 차장(34)은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 초대원장을 역임한 아버지 양해엽씨(전 서울대 음대 교수)를 따라 유년시절 프랑스로 떠난 뒤 그곳에서 22년 이상을 살았다.

“파리의 파티에서는 프로테스탄트(신교도)적인 문화에서 즐겨 찾는 맥주나 독한 위스키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각종 칵테일을 즐겨 찾죠.”

그는 파리 체류시절 유서 깊은 리츠칼튼호텔의 ‘헤밍웨이바’에서 자신만의 ‘스트로베리 샴페인’을 만들어 즐겨 마시곤 했다. 헤밍웨이바에서는 메뉴판에 칵테일 리스트를 올려놓는 대신 손님의 기분과 취향을 물어 즉석에서 원하는 칵테일을 제조해주었다.

◇스트로베리 샴페인

차가운 생딸기를 즙이 될 때까지 믹서에 넣고 간다. 잔의 3분의 1만큼 딸기즙을 넣은 뒤 나머지를 차가운 샴페인으로 채운다. 일반적으로 칵테일은 다른 술이나 음료와 섞어먹지 않으므로 다른 바에서는 과일과 함께 간 칵테일을 맛보기 어렵다. 샴페인과 딸기의 양은 원하는 만큼 조절하면 된다.

최근 파리에서 트렌디한 바로 꼽히는 부다바, 맨레이, 카페 코스트 등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애프터 디너 드링크는 쿠바가 원산지인 칵테일 모히토(mojito).

◇모히토

투명하고 짤막한 잔의 3분의 1 만큼 탄산수를 넣은 뒤 싱싱한 민트잎, 설탕을 넣고 나무로 만든 작은 절구 방망이로 민트잎을 잘게 이긴다. 여기에 사탕수수 생성물을 발효, 증류시킨 술인 럼을 붓고 레몬 조각, 얼음으로 잔을 채운다.

정통식은 아니지만 만들기 쉽게 절차와 재료를 간소화한 ‘약식 모히토’도 있다. 컵에 럼과 과일음료인 라임주스를 2 대 1 비율로 넣고 원하는 만큼 사이다를 넣은 뒤 민트 잎사귀와 얼음조각, 설탕을 넣는다.

◇키르 로열

키르 로열(kir royal)은 주로 식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식후에도 좋다. 차가운 샴페인 120㎖에 ‘크렘 드 카시스’(카시스 열매로 만든 크림으로 술의 일종) 20㎖를 넣어 젓는다.

●따뜻한 크리스마스 음료

서울힐튼호텔의 고성민 식음료부 매니저(39·한국 소믈리에 협회장)는 특히 여성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따뜻한 ‘애프터 디너 드링크’를 제안했다.

◇글뤼바인

겨울이 몹시 추운 독일과 스칸디나비아지역에서는 와인이 치료약으로도 쓰였다. ‘글뤼바인’은 장기와 혀를 따뜻하게 덥혀주어 감기 예방에도 좋은 ‘가족형 드링크’. 완성하면 수정과 같은 맛과 향이 난다. 8인분용의 ‘글뤼바인’에는 레드 와인 1병이 필요하다. 큰 주전자에 레드와인 한 병과 럼 180㎖(작은 우유팩 한 개 분량), 물 510㎖을 넣고 약 80도(끓는 물 수면에 보글보글한 기포가 맺히는 정도)로 끓인다. 불을 끈 뒤 계피 조각, 클로브(계피향이 나는 식물성 향료)조각, 레몬 껍질을 원두커피를 우려낼 때 쓰는 드레이너 종이에 싸서 2∼3분 정도 담가 우려낸 뒤 꺼낸다. 클로브는 생략해도 좋다.

◇핫 레모네이드

친숙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높고 투명한 컵에 브랜디나 럼 30㎖, 레몬즙 15㎖, 설탕 한 티스푼을 넣은 뒤 뜨거운 물로 잔을 채워 저어 마신다. 어린이용은 술 대신 레몬즙과 설탕 또는 시럽의 비율을 높여 제작하면 된다.

◇커페 로열

손잡이가 있는 컵에 버번 또는 브랜디 30㎖, 설탕 한 티스푼을 넣고 뜨거운 커피로 채운 뒤 휘핑 크림을 얹는다. 식사 후 소화 촉진에 도움이 된다.

●밤을 준비하는 음료, ‘나이트 캡’

“토론토에서는 ‘애프터 디너 드링크’ 대신 ‘밤을 닫는다’는 뜻으로 ‘나이트 캡(night cap)’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어요.”

뉴미디어 디자인 컨설팅업체인 펜타브리드의 최종욱 이사(30)는 캐나다, 오스트리아, 필리핀 등지에서 10년간 살았다. 최 이사가 파티에서 즐겨 마시는 것은 ‘봄베이 토닉’과 ‘마티니 아이스티’. ‘Y’자 모양의 앙증맞은 잔을 들고 마시는 과일맛 칵테일은 성(性)적 정체성에 맞지 않아서, 조직 내 수직적 질서를 그대로 담아내는 폭탄주는 멋이 없어 싫다.

◇마티니 아이스티

얼음을 가득 담은 높은 컵에 캐러멜색으로 달콤한 맛이 나는 ‘마티니로소’ 또는 ‘마티니비앙코’와 탄산음료의 일종인 진저에일을 1 대 1 비율로 넣고 레몬을 곁들인다. ‘마티니로소’나 ‘마티니비앙코’는 주류전문점 등에서 완제품의 형태로 구할 수 있는 칵테일. 마티니는 보드카가 기본 주종인 경우가 많지만 ‘마티니로소’와 ‘마티니비앙코’는 쑥, 박하 등을 첨가해 향을 낸 화이트와인인 ‘버무스’가 기본 주종이다. 이탈리아 음식이나 한식을 먹은 뒤 잘 어울린다.

◇봄베이 토닉

허브 성분이 함유된 드라이진 ‘봄베이 사파이어’를 사용한다는 점만 특이할 뿐 기본 제조방법은 ‘진 앤드 토닉’칵테일을 만드는 것과 같다. 얼음이 담긴 잔에 진 30㎖, 토닉 워터 90㎖, 레몬즙을 넣고 젓는다. 기름지거나 짠 음식을 먹은 후 좋다.

◇샹그리아

아내와 함께 스페인에 있는 처가를 방문할 때마다 숭늉처럼 먹는 와인이다. 사과 복숭아 포도 등 계절 과일을 살짝 얼려 레드 와인에 빠뜨린 것.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칵테일용 향신료나 재료는 서울 남대문시장 수입상가 및 대형 백화점 슈퍼마켓, 전문요리재료 쇼핑몰 ‘아이요리(iyori.co.kr)’, ‘얌(yum.co.kr)’등에서 구할 수 있다.

<촬영협조: 서울힐튼호텔 내 바 ‘아레노’, 강남구 청담동 ‘쿠바(Cu Bar)’, ‘반’>

글〓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사진〓신석교기자tjr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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