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가족]“예쁘면 뭐해요? 책상 몸에 맞아야죠!”

  • 입력 2002년 11월 26일 17시 42분


인체공학을 적용해 만든 몰의 컴퓨터책상과 의자(사진 왼쪽)./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책상과 의자의 높이를 맞출 수 있고 용도에 따라 기울기도 조절할 수 있다. /안철민기자
인체공학을 적용해 만든 몰의 컴퓨터책상과 의자(사진 왼쪽)./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책상과 의자의 높이를 맞출 수 있고 용도에 따라 기울기도 조절할 수 있다. /안철민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윤정하씨(35)는 4년 전 큰아이(초등 3년)의 눈 때문에 무척 속상한 적이 있다. 싱가포르에 살 때였는데 남편 책상에 앉아 있길 좋아하던 아이는 갑자기 눈이 나빠져 병원을 찾았던 것.

의사는 아이에게 맞는 책상을 마련해 줄 것을 권했고 책상을 바꾼 뒤 아이는 아눈이 많이 좋아졌다.

아이 몸에 맞지 않는 책상 의자 때문에 아이들의 자세와 시력이 나빠지고 있다.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아동용 가구를 마련해 주지만 모양에만 신경을 쓰고 인체공학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 아이의 신체발달을 해칠 수 있다.

더구나 아이의 첫 책상과 첫 의자는 아이들의 평생 공부습관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세살버릇 여든까지〓얼마 전 영국에서는 컴퓨터를 즐기는 아이들의 15%가 ‘반복사용 긴장성 손상 증후군’(RSI)을 호소한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RSI증상은 장기간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나쁜 자세로 컴퓨터를 사용한 성인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영국척추협회(BCA) 회원 스트븐 허지스 박사는 최근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환자들 중에는 여덟살짜리 아이도 있다”며 “아이들 중에는 고개를 앞으로 쑥 내밀고 아래를 향하는 자세가 많은데 아주 나쁜 자세”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대한소아척추협회가 경기지역 초등 5년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도 이상 척추측만증이 나타난 경우가 2000년 8.1%, 2001년 9.7%, 2002년 10.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호주 커틴대학의 리노 스트레이커 박사는 “아이들은 근육과 뼈가 자라나는 성장기 때부터 컴퓨터를 사용한 첫 세대”라며 “만약 안전하게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컴퓨터 사용과 관련해 장애를 입은 아이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컴퓨터실의 책상 의자 마우스의 크기가 모두 같아 학생들 각자의 몸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에서도 사정이 크게 나은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림을 그리고 글자를 끼적거리기 시작하는 시기는 만 3세부터인데 책상과 의자를 마련해 주는 시기가 그로부터 3년 뒤이기 때문.

▽인체공학을 고려한 책상 의자를〓예쁜 책상과 의자가 몸에도 좋다? 틀린 말이다.예쁜 책상 의자는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거나 정서에 좋을 수는 있어도 아이의 신체발달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따라서 아이의 기호에 맞는 디자인을 골라 주더라도 신체발달을 방해하지 않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최 최근에는 대형가구업체뿐 아니라 아동가구전문업체들도 인체공학적인 면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다.

아이의 의자를 고를 때는 아이의 발이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지 않고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지 살핀다.

아이가 편안하지 않으면 앉기 싫어하기 때문에 이곳저곳 옮아다니느라 산만해지기 쉽다. 또 의자가 척추를 똑바로 세워 받칠 수 있어야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책상에 앉았을 때 팔꿈치에서 손가락 끝까지 일직선을 이루어 손목이 굽거나 휘지 않아야 한다.

컴퓨터 책상은 모니터와 아이 눈과의 거리를 충분히 띄어주되 정면을 보았을 때와 화면을 보았을 때의 각도가 30도가 되도록 한다.

최근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독일 기능성 가구점 몰(02-543-0164)은 아이의 성장단계에 따라 책상과 의자의 높이를 조절하고 체격조건에 따라 의자의 깊이도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키가 105㎝가 되는 만 3세 어린이부터 초중고생은 물론 190㎝에 이르는 성인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책상은 글쓰기 책읽기 그림그리기 등 용도에 따라 상판의 기울기를 조절해 등을 구부리지 않고 바른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며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피곤함을 덜 수 있다. 컴퓨터책상은 모니터와 아이 눈과의 거리를 50㎝로 일정하게 유지하고 손목 허리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설계됐다.

손국희 대표는 “자녀의 올바른 자세와 습관을 형성해주고 시력까지 보호해 준다”며 “다소 비싸지만 중고등학교 때 다시 책상과 의자를 사 줄 필요없이 계속 사용토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