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방송]채널디바이드,‘야인…’ ‘고독’시청자 확 갈린다

  • 입력 2002년 11월 7일 16시 54분


야인시대/고독
야인시대/고독

케이블TV 채널인 HBO에서 방영 중인 미국의 인기시트콤 ‘섹스 앤드 시티’를 즐겨 보는 사람이라면 SBS TV 활극성 시대극 ‘야인시대’가 아무리 인기절정이라지만 멜로드라마를 선택할 공산이 크다.

‘야인시대’와 시간대가 맞물리는 지상파 프로그램으로는 KBS 2TV의 삼각멜로드라마 ‘고독’과 MBC의 순정멜로드라마 ‘현정아 사랑해’가 있다. 또 온게임넷의 ‘스타리그전’ 시청자는 투니버스의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 마니아일 가능성이 높다고 가정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본보-TNS미디어코리아 조사

동아일보 위크엔드팀과 TNS미디어코리아의 분석 결과 ‘야인시대’(월 화요일 밤 9시55분)와 ‘고독’을 주로 보는 사람들은 개인 취향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자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10월29일 방영 분을 기준으로 ‘야인시대’ 주시청자들은 평소 KBS 2TV 시대극인 ‘태양인 이제마’(시청률 4위), 하드한 코미디프로 ‘개그콘서트’(5위), KBS 1TV 정통사극 ‘제국의 아침’(10위)을 즐겨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독’의 주시청자는 ‘야인시대’ 선호층이 즐겨보는 10위 안에 들지 않은 KBS 2TV 재연토크쇼 ‘러브스토리’(7위), 일상의 코믹한 소재를 잔잔히 다루는 SBS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8위), SBS 가족드라마 ‘정’(10위)을 자주 본다.

이는 ‘야인시대’ 시청자층은 남성적이고 선이 굵은 대하드라마를 선택하고, ‘고독’ 시청자층은 상대적으로 여성적이고 아기자기한 프로그램을 선택해 시청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고독’ 시청자층의 하루 TV 시청시간은 3시간6분으로 2시간반인 ‘야인시대’ 시청자보다 TV를 많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많은 탓이기도 하다.

‘채널 디바이드(Channel Devide)’. 시청자의 성별, 소득수준, 사회문화적 차이와 성향에 따라 TV 채널을 달리 선택하는 현상인 채널 디바이드가 우리 사회에도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TV채널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분화되면서 삶의 한 부분인 TV 시청 자체에서 중요한 라이프스타일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위크엔드는 아직 실증적 연구가 활발하지 않은 ‘채널 디바이드’를 알아보기 위해 시청률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에 의뢰해 9, 10월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시청률을 분석했다. 또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이 9월 시청률조사기관인 닐슨미디어리서치와 함께 조사한 시청률조사보고서도 분석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케이블TV의 특정채널을 선호하는 시청자들의 시청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을 묻는 심층인터뷰도 함께 진행했다.

●케이블TV서 디바이드 두드러져

채널 디바이드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다양한 장르를 방송하는 지상파 채널보다 각 채널의 성격이 비교적 명료한 케이블TV에서 두드러진다.

TNS미디어코리아가 영화채널 Home CGV의 인기드라마 ‘앨리의 사랑만들기’(월∼목요일 밤 12시반∼1시반) 시청자들이 평소 주로 시청하는 채널과 시청시간 상위 10위를 조사한 결과 OCN, OCN ACTION, Home CGV 등 모두 영화채널이 차지했으며, 이들의 주 시청시간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마니아들이 일반적으로 심야에 영화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 게임채널인 온게임넷의 ‘스타리그전’(금요일 오후 7시) 시청자들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온게임넷을 시청하거나 낮시간에 만화채널인 투니버스를 시청한다. SBS골프채널의 ‘나인홀 매치플레이’(토요일 밤 11시) 시청자들은 골프채널 이외에 바둑, 스포츠, 액션영화 채널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블TV의 ‘골프채널’ 선호층과 ‘쇼핑채널’ 선호층은 지상파에서도 채널 디바이드 현상을 보였다.

‘골프채널’ 선호층(9, 10월 SBS 골프채널을 하루 5분 이상씩 8일 이상 본 사람)이 즐겨 보는 프로그램 10위 안에는 MBC ‘뉴스데스크’와 KBS 1TV ‘KBS 뉴스9’가 진입했으나 ‘쇼핑채널’ 선호층의 10위 안에는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과 SBS ‘도전 1000곡’이 올랐다.

케이블TV 안에서도 ‘골프채널’ 선호층은 바둑, 스포츠, 증권 채널을 주로 시청한 반면 ‘쇼핑채널’ 선호층은 만화영화(어린이와 동반시청으로 추정), 교육, 영화 채널을 자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스카이라이프와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모두에서 방영되는 SBS골프(골프), HBO(영화), 히스토리채널(교양), 한경와우TV(증권)의 경우 케이블TV보다 위성방송에서 현저하게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SBS 골프채널은 케이블TV에서 시청률 63위였으나 스카이라이프에서는 10위를 차지했다. HBO 13위(케이블TV 68위), 한경와우TV 15위(케이블TV 30위)였다. 스카이라이프의 조사대상이 셋톱박스 비용을 포함한 14만8900원의 가입비와 월 1만8000원을 수신비로 내는 스카이라이프 패밀리패키지 가입자(가입자의 60% 이상이 월소득 250만원 이상, 50% 이상이 대졸)임을 감안할 때 시청자의 소득수준이 TV시청행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례로 월소득 500만원 이상인 가구에서 SBS골프채널(3위), 한경와우TV(13위) 선호도가 높았다. 그러나 월소득 120만원 미만 가구에서는 이들 채널이 상위 15위 안에 들지 못한 반면 SBS드라마플러스(2위), 무료영화채널 OCN(4위), SKY바둑(7위) 시청률이 높았다.

●“프로그램별로 세분화될 것”

다매체 다채널시대에 시청자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채널 선택은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거나 활발한 인터넷동호회 활동으로 이어진다.

20, 30대 대졸 이상이 주로 보는 동아TV ‘프렌즈’의 코리아닷컴 인터넷 동호회(club.korea.com/friends) 회원은 3만6000명에 이른다. 3월 출범한 이 동호회는 드라마가 미국에서 방송되는 즉시 다운받은 동영상과 함께 자막까지 자체 제작해 올리고 있다.

HBO에서 방송되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의 인터넷 ‘다음 카페’(cafe.daum.net/sexandcity) 동호회원은 9274명. 지난해 11월 개설된 이 인터넷 카페에서는 드라마 주인공들의 동정과 패션에 대한 활발한 정보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음악전문 케이블채널인 m.net는 시청자들의 참여를 프로그램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로 4회를 맞는 ‘m.net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은 m.net 인터넷홈페이지(mnet27.com)를 통해 11월 한달 동안 시청자 인터넷 투표 결과에 따라 한해의 최고 뮤직비디오를 선정해 시상한다. 또 시청자들의 사연을 실시간으로 소개하고 야식을 배달해주는 음악프로그램도 10, 20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방송진흥원 은혜정 책임연구원은 “다매체 다채널시대의 텔레비전은 시청자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충족시키기 위해 점차 잡지의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며 “채널의 양적 증가뿐 아니라 질적 증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김은미 교수는 “채널의 성격에 따라 시청자들의 구성이 달라지는 채널 디바이드는 앞으로 개별 프로그램에 따른 디바이드로 더욱 세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또 “시청자들은 취향에 따라 적극적으로 채널을 추구하는 동시에 수동적으로 텔레비전을 통해 오락을 얻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으므로 이 두 욕망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프로그램 패키징(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조합해 방송하는 것)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사방법과 채널 수

TNS미디어코리아는 서울·경기,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지역 1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신뢰도 95%, 표본오차 ±2.3%P.

스카이라이프와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의 경우 전국 위성방송 가입자 중 3544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신뢰도 95%, 표본오차 ±1.65%P.

한편 11월 초 현재 방송위원회에 등록된 영상 PP(채널사업자)는 191개. 지역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100개 정도의 PP가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실제로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995년 등장한 케이블TV와 올 3월 선보인 위성방송은 각각 600만, 41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업계측은 설명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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