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밤같은 가족극 'TV동화 행복한 세상' 6일부터 공연

  • 입력 2002년 11월 5일 18시 06분


연극 ‘TV동화 행복한 세상’/사진제공 정동극장
연극 ‘TV동화 행복한 세상’/사진제공 정동극장
80년대 어느 교실의 점심시간.

김치 반찬 일색인 도시락들 사이로 생일을 맞은 진수가 어머니가 정성껏 싸준 잡채 반찬을 꺼내놓는다. 잡채로 몰리는 젓가락들.

“에이, 더러워. 또 머리카락이잖아” “전에는 볼펜 스프링이 나오더니.” “야, 어머니께 신경 좀 쓰시라고 해.”

놀림을 참다못한 진수는 친구와 한판 붙는다. 그 날 저녁. 집에 온 친구들 앞에서 진수는 어머니는 함께 생일 케익 촛불을 끈다. 하지만 엉뚱한 허공을 향해 후우, 하고 부는 어머니. 진수의 어머니는 앞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메말라 가는 가슴을 훈훈하게 덥혀줄 따스한 가족극 한 편이 무대에 오른다.

정동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TV동화 행복한 세상’. 같은 제목으로 TV에서 방영돼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5분 짜리 애니메이션이 연극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대입 전쟁’을 치르면서 마음이 황폐해진 수험생을 둔 부모라면 자녀와 함께 볼 만하다. 극장측도 수험생을 겨냥해 수능이 끝나는 6일부터 공연을 시작한다.

연극 ‘…행복한 세상’는 ‘딸부잣집’,‘20억년의 사랑’ 등 가족, 친구와 관련된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TV에서는 한 에피소드당 5분이 채 안됐지만 연극은 각각 15분 분량으로 늘였다. TV에서 방영된 ‘…행복한 세상’이 압축된 시처럼 간결한 메시지와 반전 강조됐다면, 연극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 설명적이다.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사진사와 꼬마 소녀가 등장해 6개의 에피소드를 이어가며 또 하나의 작은 이야기를 엮어간다. 곱은 손을 잠시나마 녹여주는 군밤 같은 연극. 연출 임형택. 1만5000원, 2만원. 다음달 8일까지. 월요일 공연 없음. 02-751-1500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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