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공연]'재즈의 지존' 마살리스를 만난다…23일 예술의 전당

  • 입력 2002년 10월 15일 18시 08분


재즈에 ‘지존’ 이 있다고 하면 픽 웃음이 나올 얘기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별들로 빛나는 재즈의 세계가 이미 하나의 ‘은하’일진대, 그 중에서 일인자를 꼽는다는 것은 ‘역사상 최고의 영화감독’을 꼽는 일 만큼이나 무상한 일이기 때문.

그럼에도 오늘날 현역 재즈세계의 ‘지존’으로 트럼페터 윈턴 마살리스를 꼽는다고 해서 즉각 이의를 표시할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단지 그의 기량과 활약상이 뛰어나서만이 아니라, 수없는 연구와 연마를 통해 정통 재즈의 ‘법통’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94, 98년 4년 주기로 서울을 지나간 이 ‘재즈 혜성’이 세 번째로 서울 청중 앞에 나타난다. 그가 창단한 재즈밴드 ‘링컨센터 재즈 오케스트라’와 함께 98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갖는 무대다(23일 오후 7시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1961년 재즈의 고향 뉴올리언즈에서 태어난 마살리스는 수많은 얼굴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 클래식팬들에게 그는 하이든 훔멜 등의 트럼펫협주곡 연주로 친숙한 현역 클래식 트럼펫의 1인자다. 그의 음악체험 역시 클래식과 재즈의 두 방면에 걸쳐 있다. 청소년기에 지역 재즈밴드와 펑크 밴드 등에서 다양한 연주경험을 쌓았고, 18세 때 줄리어드 음대에 입학, 탄탄한 음악이론 수업을 받았다.

마살리스는 음반계에 데뷔한 81년에 바로 앨범 ‘윈턴 마살리스’를 발표, 빌보드 차트 10위권에 39주간이나 랭크되는 빅 히트를 거두었다. 그는 디스코 열풍 속에 전통을 잃어가는 재즈계의 위기를 염려하며 정통 재즈의 흐름을 연구하고 부활시켰다. 반세기 동안 클래식 음악인들이 독식해온 퓰리처상 음악부문의 영예를 97년 거머쥔 것도 이런 공헌을 인정받은 덕분.

재즈 칼럼니스트 성기완씨는 “마살리스는 재즈의 태동기까지 거꾸로 올라가는 ‘시간 여행’을 통해 따뜻하고 두터운 사운드를 얻게 됐으며, 자신이 재즈 역사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듯한 자신감 넘치는 연주를 들려준다”고 말했다.

그가 ‘미국 정상의 재즈밴드’인 링컨센터 재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다는 점 역시 재즈의 ‘법통’을 그에게 돌리기 부족함 없게 만드는 대목. ‘현대문화의 수도’인 뉴욕 시민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고 있는 이 밴드를 위해 뉴욕시는 맨하탄에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들여 2800평 규모의 재즈센터 ‘프레데릭 로즈 홀’을 짓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존 콜트레인 등 재즈의 역사를 망라하는 명곡들을 기대할 수 있다. 2만∼8만원. 02-580-1300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