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갔다하는 배우를 두려운 듯 혹은 신기한 듯 바라보던 객석 중앙의 대여섯살 된 여자아이는 옆에 앉은 엄마에게 “요정이야?”라며 귀엣말을 한다. ‘드래곤플라이’는 우리말로 ‘잠자리’다.
“아이 엠 어 컬렉터(I am a collector)”를 외치며 무대에 코트를 입은 컬렉터가 등장한다. 컬렉터가 ‘타이거(tiger)’ ‘폭스(fox)’ ‘카우(cow)’ ‘엘리펀트(elephant)’ ‘실(seal)’을 부를 때마다 효과음으로 그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배우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모두 영어다. 가만히 보니 배우들도 외국인이다.
국내 처음으로 생긴 어린이 영어연극 전문극장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옛 키네마극장 3층 ‘라트 어린이 극장’. 11일부터 개관기념으로 막을 올린 ‘리틀 드래곤’에 학부모와 어린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규모는 250석으로 소극장이다. 대상은 5∼12세. 어린이들의 감성을 일깨워주는 연극을 통해 어려서부터 예술을 가까이하도록 하자는 게 이 극장의 목표다. 어찌보면 영어는 어린이 손님을 끌기 위한 수단이다. 엄마아빠와 꼭 붙어 앉을 수 있게 된 좌석과 하얀 공룡알처럼 생긴 화장실 등 모든 시설이 어린이에 맞춰 설계됐다.
‘리틀 드래곤’은 불타는 알 속에 든 채 별에서 떨어진 아기용의 이야기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알을 깨고 태어난 리틀 드래곤. 잠자리들과 곧 친구가 되지만 자기와 똑같은 친구를 찾고 싶어한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숲과 바다 도시와 하늘로 환상적인 뮤지컬여행을 떠난다. 여행도중 그들은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만난다. 그 중에 다정한 친구도 있고 위험한 적도 있지만 모두 리틀 드래곤에게 자기 자신과 그 주변의 세상에 대해 가르침을 준다. 가장 위험한 인물은 ‘컬렉터’로….
대사와 음악, 춤과 인형극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영어를 몰라도 지루하지는 않다. 5∼6세들은 10분 이상 집중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 이야기를 전개했다고.
연출은 호주 ‘램 시어터’의 로저 린드 예술감독. 커트 두발, 데이비드 비비안 러셀 등 외국인 6명과 한국인 2명이 출연한다.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이 나와 관객들과 퀴즈를 풀면서 워크숍을 진행한다. “숫자 세는 걸 좋아하는 동물은?”
관객들이 일어나 극에 나왔던 노래를 율동과 함께 배워보는 순서도 있다. 또 배우들과 관객이 주고받는 노래도 있다.
기획 코디네이터 수잔나 오씨는 “영어를 단어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받아들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알맞은 효과음이나 조명으로 뜻을 짐작할 수 있게 했으며 쉽고 예쁜 영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 드라마가 1985년 처음 쓰였을 당시만 해도 초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 유치원생도 충분히 볼 수 있게 된 것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영어실력이 그만큼 향상됐다는 증거라고. 22년째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는 미국인 오씨는 “원어민 자녀들과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영어실력의 차가 줄어들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을 관람하기 전에
라이브 공연이 이루어지는 극장에 처음 와보는 어린이가 많다. 극장에 도착하기 전에 어린이들에게 극장에 대한 사전지식을 준다. 예를 들어 △공연장 안에 음식물이나 음료수를 갖고 들어가지 않는다 △화장실에는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다녀온다 △극장에서는 보통 때 경험하지 못하던 특이한 것을 듣고 보게 된다 △공연이 시작되면 객석은 어두워질 것이며 이것은 무대 위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등.
■알아두면 편해요
△만 4세 이상 관람 가능, 상연시간 80분 △공연시간 수 일요일 오후 3시, 목 금 토요일 오후 3시, 6시 △관람료 3만원(20명 이상 단체는 20% 할인) △문의 02-540-3858
김진경기자 kj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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