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집 짓기]<5·끝>꿈을 완성해가며-마무리, 그리고…

  • 입력 2004년 12월 23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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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하던 건물의 뼈대에 살이 붙기 시작하면 건축주가 할 일이 많아진다. 머릿속에 전체적인 집의 그림이 완벽하게 그려져 있지 않으면 공사 중에 자주 변경을 해야 하는데 공사도 늦어지고 추가비용도 늘어난다. 무엇보다 일하는 분들과 관계가 불편해지면 공사에 영향을 미친다.

상량식을 마치자 나의 발걸음은 더 잦아지고 더 긴 시간을 현장에서 지내게 되었다. 도면에서 전기와 수도의 위치를 그리고 지우기를 수없이 반복했지만 막상 실제 위치를 잡은 배선을 보니 망설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목수팀장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주저하지 말고 빨리빨리 위치를 변경하는 게 공사를 돕는 일이라며 꼼꼼하게 살펴보라고 했다.

창문을 달아놓고 보니 너무 작아서 큰 사이즈로 바꾸기도 하고 도면에는 없던 창을 더 내기도 했다. 전기공사를 하는 기사와 함께 콘센트와 전등의 위치를 지정하고 빠진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는 일은 특히 신경이 쓰였다. 주방의 수도꼭지 위치가 잘못돼 배관을 수정하기도 했다. 벽난로의 종류도 바뀌었다.

서울로 돌아와서도 내가 정한 것이 틀리지 않았는지 계속 생각했다. 다행히 목조주택이라 공사하는 분들께 큰 폐를 끼치지 않고 쉽게 바꿀 수 있었다.

4개월에 걸친 공사 끝에 집이 완성됐다. 우리 가족은 꿈을 이뤘다.

집의 모양이 다 갖춰지고 나면 외벽과 지붕의 색을 정하고 각종 내장재를 골라야 한다. 우리 부부는 실용성을 제일 우선으로 생각하지만 수많은 자재들을 보면서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예산에 맞추려고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가위에 눌릴 지경이었다. 시공회사의 자재 담당 실장과 날을 하루 잡아 온종일 같이 다니며 타일, 위생도기, 전등을 모두 구입했다. 이제는 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집이 차츰 완성돼 가는 것을 보며 언제 입주할 수 있는지 묻는 내게 목수팀장은 “건축주가 서두르면 못 하나라도 덜 박게 되니 손해”라며 “조급해 하지 말라”고 했다.

준공허가를 받기 위해 지적공사에 측량을 신청했다. 건물 부분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진입로가 넓어져서 지적을 받았다. 80평을 더 형질 변경 신청하고 설계도 변경했다.

12일 드디어 1차 이사를 했다.

일단 이삿짐을 각 방에 나눠 넣기만 했는데 벌써 새벽이었다.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문을 나섰다. 하늘에 쏟아지는 별들…. 그 장관에 홀려 추위도 잊은 채 남편과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는 별자리를 만들었던 옛사람을 비웃었다. 도대체 어떤 것이 큰곰이며 물병이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투덜댔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그리고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천체망원경 먼저 하나 사기로 마음먹었다. 서울 아파트를 팔아 시골집을 짓고 모든 재산을 다걸기(올인)한 우리 부부의 결정이 잘못 된 게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우리는 꿈을 지었다.

우리 부부와 같이 황당한 계획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풀어놓고 싶은 수다가 많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형질변경=전답은 상대농지에 한해 최대 300평까지 변경할 수 있다. 임야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여러 가지 서류가 필요한데 서류준비와 시행에 관한 것은 건축사가 대행해 준다.

▽상하수도=수도시설이 없으면 우물을 파야한다.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우리 집 우물은 m당 6만 원을 들였다. 100m를 팠으므로 600만 원을 냈다. 음용수 판정에 대한 수질 검사비가 포함돼 있는데 업체에서 대행해 준다. 하수시설은 정화조를 묻어 해결했다.

▽전기=윗집에서 전기를 끌어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력이 약해 새로 가설했다. 전기를 끌어오려면 전신주를 세워야 하는데 기존 전신주에서 200m까지는 무료이고 이후 m당 5만 원. 계량기는 30만 원, 심야온수 보일러 설치를 위한 심야전기 계량기는 별도로 18만 원이 들었다.

▽냉난방=보일러도 종류가 많다. 우리는 처음에 태양열과 심야전력을 이용한 난방을 하려고 했는데 보일러 설치 위치와 기후 때문에 기름보일러와 심야전력 온수 보일러를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냉방 장치는 안 하기로 했다.

▽토목공사=집을 짓는 대지의 모양이나 토질 때문에 공사 형태와 비용에 차이가 많이 난다. 땅을 여름에 구입했기 때문에 풀이 무성해서 경사 차이가 그렇게 심한 줄 몰랐다. 가을 이후에 사는 게 좋다고 한다. 흙이나 돌을 사는 비용도 시기나 거리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고은희 ehsophia@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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