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양의 대인관계성공학]‘무대포 정신’ 도 지나치면…

  • 입력 2002년 9월 5일 16시 21분


30대 초반의 강모씨. 허장성세가 심한 것 때문에 주변에 꽤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안 가는 곳 없고, 안 만나는 사람 없이 휘젓고 다니며 늘 뭔가를 계획하고 도모한다. 그의 얘기를 잠깐만 듣고 있어도 금방 세상을 다 내 품안에 안을 것만 같은 건 사실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이 세상에 안될 일은 없을 테니까.

“아, 걱정하지 마! 이번 일은 다 잘될 거야! 그러니 조금도 걱정하지 말고 나만 믿으라고! 아, 다 잘된다니까!” 하는 말은 그의 전용 문구나 다름없다. 뭐가 어떻게 잘 되는지, 왜 걱정할 필요가 없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거나, 있어도 거의 다 뜬구름 잡는 식이라는 게 늘 문제지만.

이런 타입의 인생은 참 뭐라고 하기 어렵게 희극적이고 또 비극적이다. 특히 남들이 비웃든 말든 스스로는 자기 생각에 100% 확신을 갖고 좌충우돌한다는 점에서.

비관주의가 지나치면 병이 되듯이 낙관주의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불안한 현실을 직시하기가 너무 두렵다 보면 아예 그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럴 때 우리는 누구나 현실에 대해 약간은 허풍이나 과장을 하고 싶은 무의식적 욕구를 느낀다. 그리고 그런 욕구는 일종의 방어기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정신 건강에 나쁘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무서우면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행동이나 모습이 조금은 ‘오버’하는 사람들을 귀엽게 봐주고 싶어하는 심리도 그런 욕구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 병적으로 허장성세가 심해지면 문제가 생겨난다. 병적인 낙관주의는 현실의 불안감을 견뎌내지 못할 것 같은 위기의식이 너무 클 때 생겨난다. 그에 따른 반동으로 전혀 그런 공포나 불안 따위는 있지도 않은 듯이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타입은 감정을 느끼기를 몹시 두려워한다. 공포나 불안의 감정으로 고통을 겪느니 차라리 모든 일이 잘될 거라는 허황한 꿈에 자신을 맡기고 싶은 것이다. 그런 허장성세가 ‘무대포(?)정신’으로 이어질 때 결국 파국을 가져오는 것이고.

이렇게 보면,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이 때론 긍정적인 역할을 할 때도 있는 셈이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나갈 바를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www.mind-open.co.kr

양창순 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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