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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30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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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의 대표적 주택건축인 경기 남양주의 '수백당'. 사진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이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작가로 건축가인 승효상이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승효상은 한국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중견 건축가로, 2000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초대작가로 출품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선 서울 학동의 ‘수졸당’과 경기 남양주의 ‘수백당’ 등 주택건축과 서울 ‘중곡동성당’, 서울 장충동 ‘웰콤 시티 사옥’ ,경기 ‘파주출판도시’ 중국의 ‘베이징 클럽하우스’ 등 승효상의 대표건축물 모형과 관련 이미지들이 선보였다.
전시의 주제는 ‘Urban Void’, ‘도시의 비어 있음’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 승효상이 평소 주창해온 건축 철학인 ‘빈자(貧者)의 미학’이다. 곧 비어있음의 미학이자 인간의 삶과 역사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 미학인 셈이다.
작가는 이 전시에 빈자의 미학을 표현하고자 한다. 400여평의 전시장을 땅으로 생각하고 도시를 설계하듯 자신이 꿈꾸는 공간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선 텅 빈 듯한 백색공간과 마주친다. 그곳을 지나면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도로가 나온다. 탁트인 광장은 없다. 하지만 곳곳에 작은 여유 공간이 있다. 거대하고 탁 트여서 외려 권위적인 공간이 아니라, 작아서 인간적인 공간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비어있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만나고 미로를 걸어 또다시 다른 공간에서 사람을 만난다. 다양하고 변화 있는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전시장엔 건축 관련 영상물도 설치해 관람객의 흥미를 북돋운다.
건축가 승효상의 말에서도 비어있음의 아름다움이 물씬 묻어난다.
“건축은 비어었음입니다. 미래의 모든 것을 담아 건축 마스터플랜을 짜겠다는 오만을 버려야 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의 부분은 비워놓아야 합니다. 이러한 빈 공간은 그 공간에 사는 사람의 의지에 의해 바꿔나가거나, 채워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공간도 비워놓고 벽도 비워 놓곤 합니다.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공간을 고치거나 색을 덧칠하도록 말이죠. 이것이 삶의 풍경이고, 리얼리티 아닐까요. 이것이 확대될 때 진정한 건축이 되는 겁니다.” 02-2188-6000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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