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古 稀(고희)

  • 입력 2002년 8월 11일 17시 41분


古 稀(고희)

古-옛 고 稀-드물 희 喩-깨우칠 유

隱-숨을 은 暗-어두울 암 鋪-전방 포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것 중에 比喩法(비유법)이라는 것이 있다. 자기가 받아들인 느낌을 어떻게 말이나 글로 나타내느냐 하는 것인데 몇 가지 방법이 있는 것으로 안다. 첫째가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直喩法(직유법)이다. ‘마치 ∼같다’느니 ‘마치 ∼처럼’ 등과 같이 맞대놓고 비교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은근히 빗대어 표현하는 隱喩法(은유법)이다. ‘A는 B이다’처럼 느낌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고 빗대어 표현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前者(전자)가 明示的(명시적)이라면 後者(후자)는 暗示的(암시적)이다. 양자간에 장단점은 있다. 전자는 보다 명확하고 간단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무리 없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면 후자는 이해하기에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며 심한 경우, 새겨들을 줄 아는 소양도 있어야 하지만 吟味(음미)할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한다.

그러면 우리나 중국에서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極端(극단)을 싫어하고 中庸(중용)을 중시했던 탓에 불쑥 내지르는 표현보다는 그래도 뭔가 한 바퀴 빙 둘러서 말하는 것을 선호했다. 불을 지피기가 무섭게 끓는 냄비보다는 천천히 달아오르는 가마솥을 더 좋아했던 것이다. 중국은 더 하여 말의 성찬이 어느 나라보다 성행하였으며 그들만큼 故事成語(고사성어)나 典故(전고)가 풍부한 나라도 없다.

그들은 나이를 말하는 데에도 즐겨 隱喩法을 사용했는데 그 중 70세를 ‘古稀’라고 했다. 古는 ‘옛날’이고 稀는 ‘드물다’의 뜻이다. 稀貴動物(희귀동물)이나 稀少價値(희소가치)라는 말이 있다. 따라서 古稀라면 ‘예로부터 드물었다’는 뜻이다. 지금은 의학이 발달하고 영양섭취도 좋아져서 남녀 평균연령이 70세가 넘지만, 불과 몇 10년 전만 해도 회갑잔치를 성대하게 치렀다. 그러니 70세가 극히 드물었을 수밖에….

古稀가 ‘70’세를 뜻하게 된 것은 杜甫(두보·712∼770)의 詩 ‘曲江’(곡강)에서 연유한다.

朝回日日典春衣(조회일일전춘의)-조정에서 퇴근하면 매일 봄옷을 저당 잡히고, 每日江頭盡醉歸(매일강두진취귀)-매일 나루에서 잔뜩 취해 귀가하네.

酒債尋常行處有(주채심상행처유)-술값은 가는 곳마다 널려 있지만,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에라! 인생 칠십이 예로부터 드물었거늘.

그러고 보면 ‘古稀’라는 말은 典當鋪(전당포)때문에 생겨난 셈이다. 천하시인 杜甫도 일개 庶民(서민)에 불과했던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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