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도깨비랑…호랑이랑… 함께 놀아요

  • 입력 2002년 7월 9일 17시 26분



□노래 주머니 / 방정환 마해송 외 지음 이창훈 그림 / 120쪽 6500원 우리교육 (초등1~6학년)

월드컵이 끝났다. 구호와 박수가 어우러진 응원으로 오랜만에 우리는 놀이에 취할 수 있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손은 맘껏 내저으며, 목청껏 소리치고, 있는 힘껏 뛰어 올라 신명을 터뜨린 경험이 어릴 때 말고 언제 있었나? 그래서 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맘껏 움직이고 ‘놀’ 수 있어서. 아이들을 지탱해주는 한 면은 ‘놀이’이다. 이렇게 몸을 움직이며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책읽기가 더 신나지 않을까.

이 책은 1920년대 방정환 선생님이 만든 ‘어린이’라는 잡지에 실렸던 아동극 희곡들 중에서 일곱 편을 가려 모아 놓은 책이다. 아이들에게 희곡이라는 장르조차 낯선 지금 현실로 보면 ‘어린이’지의 다양성이 더 놀랍다. 80년이 지난 지금 ‘어린이’지만한 어린이 잡지가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 책 중에 ‘노래 주머니’나 ‘토끼의 재판’을 읽다보면 방정환 선생님이 왜 당대의 이야기꾼이었는지 알 수 있다.

“예, 예, 호랑이가 이 양반 속에 갇혀 있었는데, 그 때 궤짝이 지나가다 보니까…”하며 의뭉을 떠는 토끼나 “어이”로만 계속 대답해서 괴수의 속을 뒤집는 도깨비의 모습은 너무나 재미있어 이야기에 푹 빠지게 하는 요소이면서도 그것이 또 이야기를 진행하는 과정이 된다.

어려운 말 하나 없이 읽기 편해, 옛이야기가 가진 재미를 한껏 부풀린다. 교훈성이 앞을 가로막으면서 이야기 진행이 너무 뻔한 교과서에 실린 희곡과는 사뭇 다르다.

곧 방학이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놀이를 찾아주는 것은 어떨까? 기대했던 노래가 나오지 않는 혹을 째려보는 도깨비의 눈빛을, 궤짝에 갇혀 구해주기를 기대하는 호랑이의 애절한 목소리를, 떡 하나 뺏어 먹고 기절할 만큼 배가 부른 두꺼비를 경험하면서 놀아보는 건 어떨까.

온 식구가 둘러앉아 ‘대∼한민국’을 연호하듯 ‘또드락 또드락 또드락 딱’을 목청껏 외쳐보며, 온몸을 움직여 남의 삶을 살아보는 놀이로 책을 읽는 경험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신난 기분으로 아동극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국제 아동 청소년 연극제’(서울·7월 20∼28일)에 참가해 보자.

김혜원 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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