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월드컵과 태극패션…발랄한 거리속으로

  • 입력 2002년 6월 20일 16시 46분


월드컵 덕택에 거리마다 건곤감리 청홍백으로 장식된 태극기의 물결이 넘치고 있다. 한 국가의 상징이요 문화의 함축적 표현이기도 한 이 근엄과 경건의 결정체가 때로는 두건으로, 가슴을 크게 장식한 티셔츠로, 과장된 형식의 망토로 변주되고 있다. 월드컵이 각성시킨 국민적인 ‘자신감’이 ‘태극패션의 도래’로 이어지리라는 분석도 있다.

국기패션의 예는 사실 외국에서도 역사적으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1960년대 영국의 ‘유니언 잭’이 젊음과 저항을 상징하며 그룹 비틀스의 재킷을 장식한 적이 있다. 영국 매스컴에서는 이른바 ‘폭탄머리’를 하고 코 입 귀 등에 마구잡이로 피어싱을 한 펑크족들이 가장 선호하는 문양을 ‘유니언 잭 로고’라 칭한 적도 있다.

흰색 붉은색 파란색의 ‘스타스 & 스트라이프스’를 앞세운 미국의 성조기 또한 폴로랄프로렌의 스포츠라인이나 토미힐피거같은 미국 캐주얼 브랜드들의 로고가 된지 오래다. 지난해 뉴욕컬렉션에는 미국의 디자이너들이 9·11테러에 애도를 표하며 ‘성조기 패션’을 모티브로 삼은 경우도 많았다.

일본은 어떤가. 과거 자살특공대 ‘가미카제’의 조종사들이 둘렀던 일장기의 두건이 아직도 각종 경기의 응원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며, 햇살이 번지듯 퍼져나가는‘대일제국’ 프린트도 도쿄 하라주쿠의 젊은이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 모두가 자국의 성숙한 문화적 토양을 바탕으로 국기를 대중문화와 결합 발전시킨 사례다. 태극기 패션이 일시적 유행에 끝나버릴지는 알 수 없지만 변형과 단순화 등의 그래픽 작업을 통해 태극기 문양을 더욱 ‘패셔너블’하게 승화시킬 해답은 있다.

영국 런던의 지하철인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마크는 청 홍 백의 원과 선이 단순 명료하게 어울린다. 에어프랑스의 꼬리날개에 보여지는 청 홍 백의 입체적인 도안, 청 홍 백의 색분할이 너무나 명확한 뉴욕 맨해튼 시내버스의 도색, 일장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빨간점을 크고 작게 그래픽적으로 표현한 이세이미야케의 드레스에서 더 많은 장면을 확인할 수있다.

간호섭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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