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아름다운 배우 안성기의 '취화선' 사랑

  • 입력 2002년 5월 28일 18시 35분


태흥영화사 이태원 사장은 27일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자 눈시울을 붉히며 안성기에 얽힌 일화를 꺼냈다.

평소 캐스팅을 직접 하지 않는 임 감독이 ‘취화선’ 촬영에 들어가기 전 유일하게 이태원 사장에게 꼭 출연시켜야 한다고 ‘압력’을 넣었던 배우는 바로 안성기였다.

이태원 사장은 안성기를 불렀다.

“주연은 최민식이고 너는 조연이다. 하지만 임감독 영화에 네가 꼭 필요하다. 같이 하자.”

안성기의 첫마디. “해야죠.”

“그런데 너 요즘 (개런티) 얼마받냐?”

‘시세’를 들은 이태원 사장.

“지금은 도저히 그렇게 많이 줄 돈이 없다. 1/3만 깎아주라”

안성기의 한결같은 대답. “그래야죠.”

그런데 문제는 조연인 세명의 여배우 캐스팅이었다. 사극인데다, 주연 배우가 40대인 최민식에 ‘머리 허연’ 60대 감독이다 보니 어린 여배우들이 선뜻 나서주질 않았다.

그러자 안성기가 ‘몸받쳐’ 나섰다. 평소 노래방에 가면 노래 한두곡을 겨우 부를까 말까 하던 그는 여자 후배들이 ‘취화선’팀에 부담없이 합류할 수 있도록 12곡이나 부르며 성심 성의껏 분위기를 띄웠다.

이사장은 안성기를 붙들고 “용서해라. 그리고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사장은 “주연도 아니고 조연을, 그리고 개런티를 삭감하고도 저렇게 후배들에게 맞춰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니 정말 눈물이 났다”며 이야기 도중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 덕분인지 임감독이나 이사장은 칸 영화제 수상의 기쁨을 한사코 안성기와 함께 나누고자 했다. 스타가 되고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인연을 무시하고 돈을 쫓아가는 요즘 세태속에서 안성기의 아름다운 ‘취화선’ 투신은 신선함과 흐뭇함을 동시에 안겨줬다.

칸〓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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