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음식]가보고 싶은 술집, 워커힐호텔 펍 '시로코'

  • 입력 2002년 5월 9일 14시 42분


고만고만한 가라오케나 노래방, 천편일률인 인테리어의 단란주점 혹은 나이트클럽에 식상한 사람들이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평하는 곳이 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 1, 2층에 있는 모로코 스타일의 펍 ‘시로코’. 이 펍의 매력 포인트는 중동의 왕실 분위기를 연출한 ‘방’이다.

엉덩이가 푹 잠기는 소파 옆에는 성인의 무릎관절에서 10cm 밑에 있는 탁자가 반들반들한 페르시안 카펫 위에 놓여 있다. 얼핏 탁자라고 보기엔 한식당의 ‘상’처럼 낮게 포진돼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종업원들이 무릎을 꿇은 자세로 서빙을 하기에 알맞은 위치라는 것이 업소측의 설명. 상대방의 ‘낮은 자세’에서 ‘왕 대접’을 실감하도록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술과 안주에 자주 손을 대기보다는 서로간의 대화에 더 많이 집중하도록 해주는 기능 역시 수행한다.

노래를 부를 때는 조명 역할을 톡톡히 하는 황토색과 진홍색 백열등의 은근한 불빛이 ‘반짝이 조명’류의 천박함과는 비교되지 않는, 감성을 고양시켜 주는 촉매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방’처럼 직사각형이 아니라 무대부분의 모서리가 조금 더 좁혀져 있는 ‘뭉툭한 사다리꼴’이란 점도 시선집중 효과를 더해준다. 무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어선지, 다른 노래방에서는 가사가 나오는 스크린만을 주시했던 사람들도 가수가 된 듯한 몽롱함에 도취돼 자연스레 사람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곤 한다.

시가를 팔며, 모로코식 꼬치구이인 ‘쿠스쿠스’가 이색적인 안주메뉴다. 5명용부터 20명용까지 여러 사이즈의 방이 있다. 음주가무에 ‘소극적’이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의 ‘내재된 개인기’를 끄집어 내기에 적합하다. 홀에서는 25일부터 6월 29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자정에 ‘월드컵 테마파티’를 연다. 5만원을 내면 세미뷔페와 위스키가 제공되며 마술 시연 이벤트, 댄스축제 등이 벌어진다. 02-450-4567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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