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롤러코스터 '무자극 리듬으로 자극세대 사로잡아'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13분


3인조 그룹 ‘롤러 코스터’는 자기들의 성격을 ‘미디엄(Medium)’이라고 한다. 놀이 기구인 ‘롤러 코스터’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다. 노래가 튀지도 않고 처지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다.

# 발매 한달새 10만장

볼거리와 빠르기의 자극이 범람하는 가요계에서 이들은 ‘무개성의 개성’을 주장한다. 그런데 최근 이들이 발표한 3집 ‘앱설류트(Absolute)’에 대한 호응은 ‘무개성’이 두텁게 마니아층을 형성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라스트 신’을 타이틀곡을 내세운 이들 음반은 발매 한달만에 10만장 가까이 나갔다. 이런 성과는 요즘 음반 시장에선 ‘히트’ 반열에 손꼽힌다.

“자극의 시대에 우리같은 ‘무자극’의 음악이 더 ‘튀는’ 것 같아요. 덤덤함이 오히려 편안하고 새로운 것 아닌가요.”

타이틀곡 ‘라스트 신’은 이별의 감정을 담은 노래로 무엇보다 보컬 조원선(30)의 무미 건조한 음색이 독특하다. 그의 목소리는 음의 고저에 상관없이 덤덤하다. 마치 노래의 감정을 한톨도 담지 않은 채 듣는 이가 맘대로 느끼라는 것 같다.

# '무개성' 오히려 신선

다른 사랑 노래와 달리 종결 어미 ‘다’로 끝나는 가사도 가수를 객관화시켜 담담함을 배가시킨다.

‘롤러 코스터’ 음악의 특징중 하나는 몽환적 분위기. 중성적 보컬, 전자 기타와 신시사이저 사운드의 쉼없는 반복, 멜로디의 변조로 듣는 이를 나른하게 한다. 이런 음악은 이른바 ‘애시드 팝(Acid Pop)’으로 불리는 것으로 애시드는 환각제인 LSD의 속어이기도 하다. 이들은 “음악이 그처럼 편안하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음반에는 ‘롤러코스터’음악의 전형인 ‘라디오를 크게 켜고’를 비롯해 신비감을 주는 멜로디의 ‘용서’, 경쾌해 ‘롤러코스터’답지 않은 ‘버터 플라이’ 등 11곡을 담았다.

‘롤러 코스터’의 음반 제작 방식은 신선한 충격이다. 이들은 1999년 첫 음반때부터 기획자가 나서지 않아 아는 가수들에게 장비를 빌리거나 중저가 장비를 써서 ‘홈 스튜디오’방식으로 녹음했다.

# 마니아 두터운 호응

조원선이 작사 작곡을 해서 별도의 곡비도 들지 않는다. 이같은 ‘저예산’ 음반은 억대에 이르는 제작비를 쏟아 붓는 주류 음반을 우습게 만든다.

베이스를 맡고 있는 지누(31)는 “3년 가까이 우리의 ‘덤덤한’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저예산으로 기획자의 간섭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리끼리 편곡하고 녹음하면서 모든 작업을 끝낸다”고 말했다. 나머지 한 멤버는 기타리스트 이상순(29)으로 2집때 합류했다.

‘롤러 코스터’는 24∼26일 서울 남대문 메사팝콘홀에서 라이브 공연을 갖는다. 화려한 볼거리나 장식없이 음악과 팬들만으로 열기 가득한 무대를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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