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春 心(춘심)

  • 입력 2002년 5월 2일 17시 41분


春 心(춘심)

散-흩어질 산 異-다를 이 蘇-깨어날 소 婚-결혼 혼 適-마침 적 梨-배 이

봄은 모든 것을 흔들어 깨운다. 계곡의 얼음이 풀리면서 시냇물이 움직이고 草木들은 기지개를 켠다. 꼼짝달싹 않던 개구리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하며 사람 또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활동을 개시한다. 요컨대 봄은 만물이 生動(생동)하는 계절이다. 5월로 접어들면서 봄의 기운이 한층 싱그럽다. 山河(산하)가 초록색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봄은 또한 妙(묘)한 계절이기도 하다. 겨우내 움츠렸던 생리현상이 봇물 터지듯 하는 계절이다. 動物(동물)들이 가장 활발하게 짝짓는 계절도 바로 봄이다. 그래서 봄을 두고 發散(발산)과 交合(교합)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인간도 動物임에랴. 봄이 되어 님을 그리는 것은 動物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따뜻한 봄이 되면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봄은 사람으로 하여금 異性(이성)을 생각케 해 주는 계절이기도 한 것이다.

‘봄이 되면 온갖 草木(초목)에 물이 오르고 싹이 튼다. 사람도 아마 그런가 보다 하고 며칠 내에 부쩍 자란 듯한 점순이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金裕貞(김유정·1908-1937)의 단편소설 ‘봄봄’에 보이는 구절이다. 봄이 되어 春情(춘정)을 느끼는 사내의 마음을 잘 그리고 있다.

이래저래 봄은 나름대로 독특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옛날 중국에서는 天地(천지)가 交通(교통)하고 萬物(만물)이 蘇生(소생)하며 陰陽(음양)이 交接(교접)하는 계절로 여겼다. 자연히 봄은 結婚(결혼)의 適期(적기)가 되었으며 특히 그 봄의 중간인 음력 2월에 結婚하면 天時(천시)와 地利(지리)에 부합된다 하여 ‘婚月’이라고도 불렀다.

그래서 ‘봄’을 뜻하는 ‘春’은 젊은 男女(남녀)와 밀접한 관계가 있게 되었다. ‘靑春’이니 春意(춘의), 思春期(사춘기), 春畵(춘화), 回春(회춘) 따위의 말이 나오게 된 것도 봄에 靑春男女가 異性을 그리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春心’은 봄날 님을 그리는 마음, 곧 남녀간의 愛情(애정)을 뜻하기도 한다.

‘꿈에나 님을 불러 잠 이룰까 누었더니/새벽달 지새도록 子規聲(자규성)을 어이하리./두어라 斷腸春心(단장춘심)은 너나 뉘나 달으리’(扈錫均)

‘梨花(이화)에 月白하고 銀漢(은한)이 三更(삼경)인제/一枝春心(일지춘심)을 子規야 알랴마ㅱ/多情(다정)도 病인 양하여 잠 못 이뤄 하노라’(李兆年)

봄날 밤 님을 그리는 哀想的(애상적)인 情緖(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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