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교수의 여가클리닉]가끔씩 사치도 한번 즐겨보세요

  • 입력 2002년 5월 2일 14시 59분


Q :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김동직입니다. 가족들과 주말에 나들이는 하고 싶지만 사람 많고 복잡한 곳은 딱 질색이에요. 큰 맘 먹고 나섰다가도 줄 서서 한없이 기다리고, 사람들 부대끼며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짜증납니다. 요즘 날씨 좋다고 그 복잡한 곳으로 가족들과 함께 나서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못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A : 시내의 한 놀이공원에 갔다가 아이들만 탈 수 있는 놀이기구 앞에서 엄마, 아빠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의아해한 적이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아이들이 오자 그 순서에 세우고 자신들은 다시 다른 놀이기구에 가서 줄 서는 거였어요. 참 쓸쓸하죠?

동직씨, 복잡한 것이 싫다면 아예 생각을 뒤집어 즐겨보는 겁니다. 여름에 스키장 가고 겨울에 바닷가에 가는 거예요. 겨울에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붐비던 스키장이 요즘은 어떨 것 같아요? 물론 한가합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측에서는 성수기인 겨울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저는 무주리조트(www.mujuresort.com)를 추천하고 싶네요. 4인 가족이 18만원에 1박2일동안 28평 고급 콘도에서 먹고 자고, 노천탕에서 목욕도 하며 즐기는 겁니다. 아이들과 사방이 확 트인 산꼭대기까지 가는 곤돌라도 타고 아내와 호수가 보이는 카페에서 생맥주 한 잔을 기울일 수도 있습니다. 저라면 돈을 조금 더 주고 스파도 있는 최고급 딜럭스 룸에서 하룻밤쯤 사치스럽게 자겠습니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사치스러워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이 분단된 이후 동독에서는 ‘트라반트’라는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서독의 벤츠나 BMW에서 만드는 자동차보다 훨씬 좋은 차였습니다. 동독 정권은 더 이상의 성능은 사치일 뿐이라며 자동차개발을 중단했어요. 그러나 통독 이후 동독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자동차를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성능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멋진 외양이나 아우토반에서 시속 200㎞까지 달릴 수 있는 성능은 일상에 비추어보면 사치이지요. 그러나 이 사치를 소유하고 싶어 수많은 창조적인 작업들이 계속되었고 오늘날의 벤츠나 BMW가 있게 된 겁니다.

저도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 중고 BMW를 탔었습니다. 10년이 다 된 차였지만 시속 200㎞로 달리며 아우토반 바닥에 딱 달라붙던 그 감동(?)의 체험을 잊지 못해 지금도 차가 주제가 되었다 하면 침 튀기며 이야기 합니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옆에 서 있는 BMW를 보고 우리의 교통현실에 뭐 하러 저런 차를 타고 다니나 하며 혀를 심하게 차는 저를 보고 아내는 이솝 우화 속의 여우와 신포도를 보는 것 같다고 합니다. 포도를 못 따먹고 돌아서며 저 포도는 분명히 시어서 못 먹을 거야 하는 여우 말입니다.

www.leisure-stud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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