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밤낮없이 일만 하는…', 김원우 눈물로 쓴 김원일論

  • 입력 2002년 4월 10일 17시 36분


김원우씨 - 김원일씨
김원우씨 - 김원일씨
작가 김원우씨(55)가 형님인 작가 김원일씨(60)의 인물론을 공개했다.

김원우씨는 최근 문학과지성사가 펴낸 작가비평서 ‘김원일 깊이읽기’(권오룡 엮음)에 ‘밤낮없이 일만 하는 나의 형님’이라는 제목의 짧은 평전을 기고, 성장기의 일화와 형제간의 남다른 우애 등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형제간 깊은 우애 인상적▼

김원일씨는 ‘마당 깊은 집’ ‘불의 제전’ 등의 장편을 내놓으며 ‘분단문학의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 동생 김원우씨도 ‘짐승의 시간’ ‘모노가미의 세 얼굴’ 등을 발표했고 한국창작문학상, 동서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작가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글을 한 번도 쓴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사석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이야기를 자제해왔다.

▼가슴아픈 가족사도 공개▼

김원우씨의 기고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내색 안하면서도 마음깊이 전달되는 형제간의 우애. 그는 90년대 한때 지방지 소설 연재가 끝나고 수입이 끊어지면서 ‘사람이 허황해지던’ 시절을 회상한다. 단골 술집에 들렀더니 술집 주인이 “전날밤 형님이 잔뜩 취해 혼자 왔다. 동생이 덜컥 자살이라도 해버리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 엉엉 소리내어 울더라”고 귀띔하더라는 것. 자신도 그 다음날 술집 주인에게 들은 얘기를 회상하고 ‘밥 위로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고 말았다’고 그는 고백한다.

두 작가의 독자들이 궁금증을 지녀왔던 가슴아픈 가족사 일부도 공개된다. 두 작가의 선친은 남로당 간부로 활동했고 6·25때 월북한 공산주의자. 홀로 된 어머니는 유독 ‘형님’인 김원일씨에게만 별 것 아닌일로 모진 매를 퍼부어대곤 했다는 것. 동생은 “빨갱이 운동해서 처자식 고생시키는 ‘애비 귀신’을 닮지 말라고 애꿎은 형님만 족쳐댄 모양이다. 어린 시절 사팔뜨기에다가 야뇨증도 심했던 나는 가엾은 병신이라고 생각돼 편애를 받은 모양”이라고 회상했다.

▼"嚴母 슬하서 자라 과묵"▼

형님인 김원일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원우가 글을 쓰면서 몇 번 울었다고 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아버지도 없고, 엄한 어머니 밑에서 지내느라 우리 가족들은 원래 서로간에 말이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원일씨는 이어 “한 번은 우리 형제와 작가 이문열씨 등이 함께 여행할 기회가 있었죠. 형제가 워낙 말을 안하니, 이씨가 ‘혹시 따로 자라다 장성한 뒤 만난 건 아니냐’고 묻더군요”라며 웃음을 비쳤다.

김원일씨는 ‘장르에 상관없는 사담을 노골적으로 까발리는 오늘날의 추세에 대해, 나는 그런 풍조가 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쪽’이라고 기고문에 쓴 동생의 의견에도 찬성을 표시했다.

문학과지성사의 ‘김원일 깊이읽기’에는 동생의 ‘평전’ 외에 문학평론가 권오룡과의 대담문, 자전 에세이, 정과리의 평론 ‘이데올로기 혹은 짐승의 삶’ 등이 실렸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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