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峴 嶺(현령)

  • 입력 2002년 2월 3일 17시 08분


峴 嶺(현령)

峴-고개 현嶺-재 령 象-코끼리 상 屹-우뚝솟을 흘關-빗장 관 湖-호수 호

峴과 嶺에 대한 讀者(독자)의 질문이 있었다. 우리말로는 둘 다 ‘고개’, ‘재’를 뜻하는데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물론 차이가 있다. 마치 지난 번 말했던 疾病(질병)이니 象牙(상아), 海洋(해양), 道路(도로), 言語(언어) 등과 같은 예라 할 수 있다. 대체로 이 같은 차이는 한자의 구조를 분석해 보면 의외로 쉽게 드러나는 수가 많다.

먼저 峴을 보자. 山이 드러나는(見) 곳이다. 곧 ‘산을 훤히 볼 수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嶺上平’(영상평), 곧 ‘嶺(고개) 위의 평탄한 곳’이 된다. 이런 곳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모든 것을 一目瞭然(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우리말로는 ‘고갯마루’가 되겠다. 그러나 峴이 고개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嶺小高’(영소고), 즉 작고 높은 고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고개를 峴이라 하였다. 서울 서대문구의 아현동이 있다.

한편 비슷한 뜻을 가진 峙(치)는 山과 寺의 결합인데 寺는 옛날 官衙(관아)로서 높게 지은 것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屹立(흘립·산처럼 우뚝 솟아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高丘, 즉 ‘높은 언덕’을 뜻한다.

嶺은 山의 領으로 領은 우리 인체의 ‘목’을 뜻한다. 곧 산의 목 부분에 나 있는 山道(산길)를 뜻했다. 한자로는 ‘山之肩領可通路者’(산지견령가통로자)라 하여 산의 어깨나 목 부분쯤에 나 있는 通路를 말했다. 그러니까 본디 산의 꼭대기를 넘는 것이 아니라 8부 능선쯤 되는 곳을 통과했던 길을 뜻했다. 사실 어느 고개든 꼭대기를 통과하기보다는 목 부분을 통과하게 되어 있다.

국토의 7할 이상이 산지인 만큼 우리나라는 험한 산이 많아 교통에 장애가 되었다. 때로 두 지방을 격리시키기도 했지만 중요한 길은 험한 산을 타고서라도 내야 했으니 서울 가는 科擧(과거) 길이 대표적이었다. 경북 聞慶(문경)에 있는 鳥嶺(새재)은 험한 지형으로 국방에도 일익을 담당했던 대표적인 재였다. 결국 嶺南이라는 이름이 ‘鳥嶺의 남쪽’을 뜻하는 지역이 되어 현재 慶尙南北道(경상남북도)를 일컫기도 한다.

참고로 嶺東은 大關嶺(대관령)을 중심으로 그 동쪽으로 지금의 江原道(강원도)가 되며 湖南(호남)은 錦江(금강)의 옛 이름 湖江(호강)에서 유래한 말로 湖江의 남쪽, 즉 현재의 全羅南北道(전라남북도)를 가리킨다. 한편 湖西地方은 현재의 忠淸南北道(충청남북도)가 된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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