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경제 에세이]양영옥/유행 좇다간 고유 명품 못만들어

  • 입력 2002년 1월 30일 17시 54분


양영옥 / 명실업 상무
양영옥 / 명실업 상무
요즘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를 나가보면 누구든 해외 명품을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990년대 말부터 급속도로 성장한 한국의 해외 명품 시장은 ‘명품족’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내며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명품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도 점점 어려지고 있다. 명품을 사기 위해 ‘명품계(契)’를 드는가 하면 서울 이태원이나 동대문에서 진짜 같은 가짜 제품을 구입해 소유욕을 충족시킨다. 가짜를 사느니 브랜드가 유명하지 않아도 품질 좋은 제품을 산다는 말은 모두 옛말이다.

왜 이들은 페라가모에 미치고 구치, 프라다에 사족을 못쓰는 걸까. 한 마디로 단정짓자면 그들은 좋은 제품을 산다는 차원을 넘어서 브랜드를 구입하는 것이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명품 브랜드의 인기가 그리 대중적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브랜드들이 백화점에서 매장을 잡는 게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현실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예상됐었다. 한국 업체들은 품질에만 신경 쓰면서 유행을 따라잡기 위해 주기적으로 브랜드를 바꾸어왔기 때문에 고유브랜드를 갖지 못했다.

여기서 명실업의 작은 성공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 싶다. 명실업은 4년전 브랜드로 승부를 걸기로 하고 미국 뉴욕 5번가에 남성 피혁브랜드인 몽삭(Monsac)을 진출시켰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을 꾸준히 한 덕택에 현재 몽삭은 미국에서 300여개의 체인점을 거느리고 세계 명품들과 당당하게 어깨를 견주고 있다. 몽삭의 뉴욕 진출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제품의 품질은 기본이고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몽삭의 성공을 발판 삼아 지난해에는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피혁 잡화 브랜드 미알(MIAL)을 내놓았다. 해외 명품의 원단과 디자인, 제작기술을 연구했고 해외 명품들의 원단을 만드는 이탈리아 공장에서 더 좋은 원단을 수입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품질에서는 해외 명품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문제는 브랜드. 몽삭의 성공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제는 미알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 브랜드가 한국의 명품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현실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그들은 100년 이상의 전통을 통해 빚어낸 품질과 브랜드를 갖고 있다. 그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진정한 브랜드 로열티를 구축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양영옥·명실업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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