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영어비디오, 엄마와 꼭 함께…하루1시간 넘지 않도록

  • 입력 2002년 1월 8일 15시 19분


만 1세 이전 아이에게 영어 비디오를 보여주는 부모 78.2%. 영어 비디오테이프를 15개 이상 보유한 부모 82%. 그럼에도 ‘구입시 비디오 내용에 대한 정보가 없어 망설여진다’거나 ‘전문가에 의한 추천 등 정보가 절실하다’고 답한 부모가 80% 이상.

어린이 비디오 마케팅 기획사 ‘리틀 갤러리’가 지난해 6월 취학 전 자녀를 둔 수도권 거주 부모 9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이다.

목마른 엄마들이 우물을 팠다. 4명의 엄마들이 2월 말 비영리 유아 비디오 리뷰 사이트 ‘아하네(www.ahane.co.kr, 02-540-5542)’를 오픈한다. 어학 학원, 대학입시학원 등에서 영어, 수학, 과학 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영어 교육용 비디오는 물론 영어와 우리말로 된 수학, 과학 비디오 등도 리뷰할 예정.

▽어떻게 고를까요〓영화비평을 전공했고 5년간 영어학원에서 일했던 길상효씨(32)는 아들 세진(3)이 두 돌 되던 때부터 비디오로 영어 공부를 시키고 있다. 여러 육아관련 사이트에서 상담을 해주며 영어 비디오 선택의 성공, 실패담을 모아온 길씨의 조언 첫번째는 “편식을 하지 마세요!”

반복 학습으로 단기간에 문자나 단어를 익히게 고안된 학습용 비디오와 노래 율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장을 익힐 수 있게 한 오락용을 골고루 보여 주어야 한다. 시리즈 구입은 피한다. ▶그래픽 참조

“학습용은 문자 학습 위주로 되어 있어 부모 세대 영어학습법의 한계를 넘지 못하게 되죠. 오락용의 경우 학습효과가 빠르지 않다는 단점이 있고요.”

어릴수록 짧은 에피소드가 담긴 비디오를 골라 준다. 만 3세까지는 스토리당 2∼10분의 단편을 추천한다. 1시간 이상 진행되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집중하기 어렵고 비디오 중독이 될 수도 있다.

첫 비디오는 시각적 자극이 덜한 작품으로 고른다. “휘황찬란한 화면에 익숙해지면 서정적인 작품이나 자연 다큐멘터리는 거들떠 보지도 않으니 주의하세요.”

▽엄마 아빠도 함께 공부하세요〓‘내 ‘콩글리시’로 아이 발음 망치면 안되지.’ 굳게 결심하고 아이 혼자 비디오를 보게 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이 ‘아하네’ 엄마들의 생각이다. 자신이 없다고 “굿 모닝” “하이” 같은 짧은 인사나 따라하고 침묵 속에서 멀뚱멀뚱 비디오를 보는 가정도 많다. “한글로도 좋으니 내용을 서로 묻고 답하고 함께 노래도 따라부르면 효과가 다르답니다.”

‘커닝’이 필요하다면 원어비디오에 끼어있는 영한 대본이나 가이드북을 미리 살핀다. 비디오 제작사의 사이트도 짭짤한 교재의 보고(寶庫)다.

등장 인물이나 구조물 그림을 내려 받아 손가락 인형, 가면, 색칠 공부, 입체물 만들기 자료로 응용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

길씨는 ‘베어 인 더 빅 블루 하우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그림을 사이트에서 내려받아 오린 뒤 뒷면에 막대기를 붙였다.

“야, 오조다!” 세진이는 비디오에 나오는 곰돌이와 막대기 인형을 번갈아 가리키며 깡충깡충 뛰면서 주제가를 힘차게 부르기 시작했다.

▽영어비디오 중독증 vs 혐오증〓비디오 중독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하루 30분∼1시간만 보여주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아하네’ 생각이다. 이럴 때 비디오와 똑같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책과 장난감으로 관심을 돌려 효과를 본 가정이 많다.

반대로 모국어에 귀와 입이 트이면서 한층 말에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 가운데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꺼버려!”라고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 새로 배우는 언어에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 ‘유아 반항기’인 만큼 영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부모에게 떼를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우리말로 더빙된 비디오에 먼저 맛을 들이게 한 후 같은 내용의 영어 비디오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

중독증이나 혐오증이 보인다면 1주일 이상 과감히 비디오를 꺼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문의는 nazana@chollian.net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