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내년 봄 황석영-이문열 '삼국지' 맞대결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34분


내년 봄 서점가에서는 국내 대표작가 2인의 ‘삼국지’ 진검승부가 벌어질 전망이다.

98년 출옥 후 ‘오래된 정원’ ‘손님’ 등 굵직한 작품을 발표한 소설가 황석영씨(58)가 이번에는 ‘삼국지’ 번역에 도전, 내년 3월경 전 10권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또한 ‘곡학아세’ 논란을 겪으면서 창작열이 고취된 이문열씨(53)는 한국 출판계의 초스테디셀러인 ‘이문열 평역 삼국지’(전10권)의 개정판을 5월쯤 선보일 예정이다.

겉으로는 문단 선배인 황석영판 ‘삼국지’가 도전장을 내고, 14년간 1400만부가 팔린 이문열판 ‘삼국지’가 수성(守成)에 나선 형국이다. 하지만 실제로 두 작가의 맞대결 시점은 서로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황씨는 “옥살이 중 절반 정도 번역을 끝냈고 출옥 직후에 한 출판사와 이미 계약한 상태”라면서 “내년 봄부터는 장기간 해외에 머물러야하기 때문에 올해 중에는 번역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미 국내 여러 판본의 번역서 뿐만 아니라 일본판 대만판도 면밀히 검토했다고 전했다. 번역가가 의도적으로 각색한 것이 대부분이고 ‘삼국지’ 원문에 충실한 작품은 드물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황석영판 ‘삼국지’는 원문의 내용을 현대어로 정확하게 옮기는 데 주력하고, 주석을 꼼꼼하게 달아 교육적인 가치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이문열판 ‘삼국지’의 경우는 내년 5월 조판을 바꾸면서 일단 해설 등 모양새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10년만에 새단장을 하는 참에 내용 일부를 수정 보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처음에 재미가 없을 것 같아 빼버린 유비 사망 이후 이야기(약 100매)를 개정판에 넣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면서 “그외에 특별하게 고쳐야할 부분이 없고 문장을 손보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국지’를 내는 민음사 관계자는 “현재 전국 서점이 보유한 삼국지가 20만권에 달한다”면서 “내용이 많이 바뀐다면 이를 모두 반품받아야하고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판가에서는 황석영판 ‘삼국지’와 이문열판 ‘삼국지’ 사이의 선의의 대결 결과를 흥미롭게 전망하고 있다. 두 작가 모두 현재 한국문단에서 내로라하는 작가인데다가, ‘삼국지’의 성격이 각각 상당히 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이문열판 ‘삼국지’는 나관중의 문장을 직역하기보다 작가적 상상력을 상당 부분 가미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본 완역’에 무게를 둔 황씨는 이문열판 ‘삼국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고 있다. 다만 “지난해 솔출판사에서 나온 삼국지 번역본(번역 김구용)이 몇몇 표현과 관용구가 일치하지 않는 흠은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국내 ‘삼국지’ 번역서 중에는 가장 읽을만하더라”라는 말만 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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