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추석공연 기획 박문희씨 "작품마다 명절풍류 가득"

  • 입력 2001년 9월 28일 11시 35분


단오 한가위 등 국립국악원 명절공연을 기획하는 박문희씨
단오 한가위 등 국립국악원 명절공연을 기획하는 박문희씨
민속명절마다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는 큰 잔치가 벌어진다. 단오날이면 함경남도 달래춤이며 강릉 가면극에다 수리치떡 만들기가, 칠석날이면 서도민요 사랑가와 사랑술 나누기가 펼쳐진다….

실내와 실외를 아우르는 공연인데다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맛보기 행사까지 곁들여져 흥을 돋운다. 이런 잔치 한마당을 기획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머리칼이 흰 근엄한 학자일까, 아니면 온후한 인상의 ‘아줌마’ 국악인일까?

둘 다 아니다. 주인공은 서글서글한 눈매가 인상적인 스물 일곱 살 처녀 박문희씨(국립국악원 장악과). 올해 초 국악원에 들어와 단오공연 ‘단오맛 단오멋’, 칠석공연 ‘마음으로 그린 하늘무늬’ 등 굵직한 명절공연들을 만들어냈다. 올 추석인 10월1일에도 한바탕 푸짐한 잔치 ‘보고 싶은 한가위 얼굴’을 차려낸다.

남사당 놀이

“민속 자료들을 들추다 보면, 각박해진 마음을 달래고 이웃끼리 화합을 도모하던 축제문화가 많이 잊혀졌다는 걸 새삼 느끼게 돼요. 국립국악원이 앞장서서 이 풍요로운 잔치들을 되살려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가 작업하는 방식은 ‘일품’이 많이 든다. 명절에 대한 민속학 자료와 사서들을 남김없이 찾아 공부하고 그 숨은 의미도 탐구한다. 국악원 소속 단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의 레퍼토리 중 어떤 것이 해당 명절의 풍류와 정서를 가장 잘 담고 있는지 알아보고 출연 섭외를 한다. 마땅치 않은 경우 새 레퍼토리 창작도 의뢰한다.

무대 위에 올려지는 프로그램들을 관람하고 이어 직접 참여하는 순서를 통해 감동을 체험하고 나면 관객들은 잊혀졌던 명절의 정취에 흠뻑 빠지게 마련. 올 추석의 경우 ‘처용가’와 ‘강강술래’를 합한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달 그림자 춤’, 민속단의 가야금 합주 ‘달하 노피곰’(황병기 곡) 등 다채로운 무대 공연이 열린다. 실내 공연이 끝나면 국악원 내 광장에서 뒷풀이 순서 ‘남사당놀이와 판굿 마당’이 펼쳐진다.

“단오 공연은 여인들이 중심이 되는 축제고, 칠석은 연인들의 축제죠. 반면 추석은 가족들의 축제고, 오래 못 만난 가족들이 모여 기쁨을 나누는 축제입니다.”

그래서 올해 참여 코너도 관람객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초청해 만나는 ‘반보기’ 순서로 정했다. ‘반보기’란 옛날 만남이 쉽지 않았던 딸과 친정어머니가 장소와 시간을 미리 약속해 만나던 관습에서 비롯된 것.

강강술래

이렇게 종일 옛 사람들의 생활과 마음에 빠져 사는 그이지만, 국악에 입문한 것은 정작 올해부터. 대학에서 외국문학을 전공했고 97년부터 국제 연극제, 오케스트라, 클래식 매니지먼트사 등에서 일하다 캐나다 험버대에서 예술경영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국악원에 원서를 냈다. 지금은 서강대 대학원 예술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논문을 준비중이다.

“남미, 이탈리아, 일본 등의 예술계를 깊이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죠. 이 공연 선진국들의 공통점이라면, 자신들이 가진 민속문화를 현대화해 요즘 사람들의 입맛에 맞도록 예쁘장하게 포장해 내놓는 고수들이라는 점이었어요. 바로 이거구나 생각했고, 다행히 국악원에서 그 일을 하게 되었지요.”

추석 공연을 찾는 모든 관객이 가족과 만남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느끼고 돌아간다면 더 없는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공연은 10월1일 오후5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5000원. 02-580-3300∼3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추석연휴 볼만한 공연▼

제목일시 장소 관람료주요 내용
국악
창극 ‘논개’29∼10월3일 4시, 10월4·5일 7시반, 10월 6·7일 4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만∼5만원안숙선 왕기석 유수정 왕기철 등 100여명이 출연하는 스펙터클한 창극무대. 예술감독 안숙선, 연출 한태숙. 02-2274-3507,8
전인삼 명창의수궁가29일 3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2만원동편제의 줄기를 이은 신세대 명창 전인삼이 출연하는 완창무대. 고수 김청만 조용수. 02-2274-1173
금호 영 아티스트 콘서트29일 8시 금호아트홀. 8000원뉴욕 뉴저지 등에서 순회연주를 가진 신세대 해금 연주자의 무대. 02-6303-1919
클래식
이원정 조민정
듀오 연주회
29일 7시반 이원문화센터. 5000원포레 ‘시실리엔느’, 생상스 환상곡 작품 124 등. 02-6356-6679
송진민 피아노독주회29일 6시 부암아트홀. 1만원베토벤 소나타 30번, 프로코피에프 소나타 2번, 쇼팽 소나타 2번 등. 02-391-9631
금호아트홀
영재콘서트
29일3시 금호아트홀. 7000원초등학교 4년 재학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김화라가 출연하는 영재콘서트. 02-6303-1919
기주희 바이올린 독주회30일 3시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1만원드뷔시 소나타, 슐호프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듀오’ 등. 첼리스트 조주연, 피아니스트 이민정 협연. 02-548-4480
연극
다섯 하늘과
네 구름동안의
이별
10월7일까지 평일 7시반, 2∼3일·주말 4시 7시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2만원‘극단 김금지’ 창립작품. 비운의 인생을 산 단종의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사랑. ‘미친 키스’ ‘남자 충동’의 이남희, 김국진 김상희 출연. 02-762-0810
불티나10월14일까지 평일 7시반, 금토 4시반 7시반, 일 3시 6시 연우소극장. 1만2000원격정의 80년대를 살아온 386세대의 과거와 오늘을 그린 작품. 김태웅 작, 이성열 연출. 전수환 박수영 정승길 등 출연. 02-766-1482
길 떠나는
가족
10월7일까지 평일 7시반, 금토 3시 7시반, 2∼3일·일요일 3시 세종문화회관소극장. 1만∼1만5000원‘서울시극단’. 화가 이중섭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김의경 작, 기국서 연출. 강신구 이은미 출연. 1588-7890
청춘예찬12월30일까지 화∼목 7시반, 금∼일 4시반 7시반. 1만5000원 앙코르 공연. 99년 동아연극상 등 주요 연극상을 휩쓴 화제작. 박근형 작, 연출. 02-914-7040
갈매기10월1∼7일 월∼수 7시, 목토 4시 7시, 일 4시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1만5000원‘안톤 체홉 코미디 페스티벌’의 첫 작품. 극단 ‘주변인들’. 서충식 연출. 02-2274-3507
락희맨쇼10월28일까지 평일 7시반, 토 4시반 7시반, 일 4시 동숭아트센터소극장(2일 공연없슴). 1만5000원만화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풍자극. 고선웅 작, 최우진 연출. 황택하 민윤재 출연. 02-741-3391
엄마의 치자꽃10월28일까지 4시반 7시반 학전 그린소극장. 1만5000∼2만5000원 방송작가 노희경의 원작을 연극으로 만든 작품. 강부자 조민수 송희아 김덕주 등 출연. 02-518-3220
아누크 에메의 기억10월28일까지 평일 7시반, 주말 4시반 7시반 소극장 오늘한강마녀. 1만5000원극단 ‘오늘’. 기억 속에 내재된 다양한 감정을 다룬 작품. 이수인 연출. 이춘희 전형숙 출연. 02-766-2124
가시고기10월14일까지 화목금 7시반, 수토 4시 7시반, 일 3시 6시 소극장 산울림. 8000∼2만원조창인의 원작 소설을 연극으로 만든 작품. 임영웅 연출. 박용수 정사랑 전국환 등 출연. 02-334-5915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
29일 3시반 7시반, 10월2·3일 3시반(10월1일 공연없음)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2만∼6만원앙코르 공연. 극단 ‘신시’. 임영웅 연출. 남경주 전수경 최정원 주원성 등 출연. 02-780-6400
무용
제임스 전의 웨어하우스10월6∼11월4일 평일 8시, 주말 3시 7시 한전아츠풀센터. 4만∼6만원‘서울발레시어터’. 안무가 제임스 전의 창작 발레. 1588-7890
제4회한일아트페스티벌-소음10월7∼15일 평일·토 7시반, 일 6시 씨어터제로. 1만5000원연극 무용 패션 음악이 어우러진 축제. 02-338-9240
어린이
팥죽 할멈과 어린이 10월2∼31일 평일 오전11시 2시, 주말 낮12시반 2시 샘터 파랑새 극장. 6000원극단 ‘사다리’. 음악과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작품. 02-763-8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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