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처음 택한 교재는 주한미군방송인 AFN TV에서 방영하는 어린이 프로그램들이었다. 생활영어교재로 출간되는 책 가운데에는 “How are you?” “Fine thank you, and you?” 등 천편일률적인 인사만 익히다 흥미를 잃게 하는 교재가 많기 때문에 먼저 영어에 ‘취미’를 붙일 수 있게 하는 소재를 찾은 것이었다.
만화, 인형극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녹화해 상우에게 보여주고 직접 흥미있는 것을 고르도록 했다. 상우의 선택은 ‘디지몬’.
뜻도 모르고 그림만 보는데도 상우는 ‘매일 틀어달라’며 졸라댔다. 3개월 만에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곧잘 따라하고 주제가도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6개월이 되자 화면에서 나온 상황을 통해 대사 뜻을 유추해내고는 실제 생활에서 응용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질려 가는 아이에게 ‘인어공주’ ‘슈렉’ 등 다른 애니메이션 비디오 테이프를 보여주고 있다.
▽독서
언어만 익히게 하는 영어공부가 큰 의미가 있을까? 수 익히기, 과학, 색칠공부 책을 모두 영어로 된 것으로 골랐다. 여러 권을 묶어서 파는 것은 아이가 금세 싫증을 낸다. 대신 자주 서점에 들러 아이에게 직접 책을 고르도록 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아 다섯 가정이 ‘북클럽’을 만들었다. 구입한 책을 서로 돌려보니 한달 3만원이면 교재비가 해결된다.
▽외국인 사귀기
중요한 것은 외국인 앞에서 두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신감’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남편 조형석씨(34·LG애드 마케팅팀 차장)와 함께 주한 외국인 가정과 ‘자매결연 맺기’를 생각해냈다.
지금은 고궁에서 만난 미군 장교 부부 가족과 함께 주말이면 서울 근교로 나들이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 전에 인연을 맺었다가 본국으로 돌아간 미국인 가족들도 ‘한번 놀러 오라’고 야단들이다. 부모가 조금 용기를 내면 온 가족의 영어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될 수 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