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전 제1국 요다: 린하이펑

  • 입력 2001년 9월 4일 08시 46분


일본 아사히신문이 주최하는 메이진(名人)전 도전 7번기 1국이 4일 오전9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시작됐다.

오전 9시 정각 돌을 가려 명인 요다9단의 흑번. 명인은 좌하귀 소목에 돌을 가져다 놓았고, 도전자 린9단은 대각선쪽에 화점으로 응수했다. 이후 두 기사는 좀처럼 돌을 놓지 않고 있다.

해설은 한중일 3국에서 인기가 높은 철녀 루이나이웨이 9단이다.

돌 4개를 놓는데 20분이 훨씬 넘게 걸리고 있다.이러다보니 해설자들도 별로 할말이 없는지 서울대국을 화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명인은 견실하게 소목을 날일자로 굳히고 도전자는 가운데를 갈라친다.아직은 9급 바둑에서도 흔히 나오는 포석이 진행되고 있다.

우상귀 날일자에 걸침에 대해 날일자로 받은뒤 백10으로 옆구리를 붙이는 수는 한국식 정석.이창호 조훈현의 바둑에서 수없이 보아왔던 정석이다.서울서 열리는 일본 명인전 1국에서 한국형 정석이 나오는 것도 이채롭다.

[제2보:14~22]명인과 도전자는 제한 시간 7시간짜리 이틀걸이 바둑치고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정석과정을 밟아 가고 있다.

백 22까지 우상귀 정석은 일단락 됐다.한국 바둑교과서에 나오는 그 모양 그대로다.

견실한 기풍으로 정평이 나 있는 두기사의 기풍을 보여주고 있다.선수를 잡은 명인은 좌하귀로 달려간다.좌하귀 일대에 흑의 세력권이 형성될 조짐이다.

[제3보:23~34] 흑 23은 좌하귀를 넓히면서, 갈라친 백 한점을 공격하는 절호점.두칸으로 받은 24에 화점을 25로 굳힌 것도 요다류라고 할 만큼 견실무비한 수. 우하귀를 굳히는 26또한 이에 못지 않은 견실한 수.아무래도 이 판은 제한 시간을 다 쓰는 숨 긴 바둑으로 갈 것 같다. 27화점으로 전개해 좌하에 흑의 큼직한 세력이 형성됐다.

이세력을 어떻게 견제또는 삭감하느냐가 초반의 포인트.도전자는 28로 응수타진 부터 했다.이어 30 32의 붙여 끌기 아마의 눈에는 좌하일대가 커 보인다.그러나 린9단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듯.직접 뛰어 들지는 않는다.좌상귀에 걸치는 것으로 오전 봉수.

동아일보가 공동 주선한 이번 대국은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두고 바둑을 통한 양국의 문화 교류를 도모하기 위해 서울을 개최지로 선정했다. 메이진전 도전기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도전기는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35) 메이진에 대한 도전자로 환갑을 앞둔 린하이펑(林海峰·59) 9단이 나서 바둑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만 출신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린 9단은 이번 도전으로 79년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당시 59세) 9단에 이어 최고령 도전자 타이 기록을 세웠다.

린 9단은 메이진전과 인연이 깊다. 65년 23세의 나이로 최연소 메이진에 올라 당시 세대교체를 주도했으며 이후 통산 8번 우승, 35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한편 3일밤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야제에는 한화갑(韓和甲) 한국기원 총재, 허동수(許東秀) 한국기원 이사장, 하코시마 신이치(箱島信一) 아사히신문 사장,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 사장,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 정몽준(鄭夢準)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김수한(金守漢) 전 국회의장, 정구종(鄭求宗) 동아닷컴 사장, 이건(李健) 한일친선협회 중앙회 부회장, 조홍규(趙洪奎) 한국관광공사 사장, 도영심(都英心)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장, 조훈현(曺薰鉉) 9단, 윤기현(尹奇鉉) 9단, 이시다 요시오(石田芳夫) 9단, 유시훈(柳時熏) 7단 등이 참석했다.

<민진기/동아닷컴기자> jinki20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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