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밖으로…밖으로…" 심야쇼핑-가족과 영화관람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22분


2일 오후 10시경 서울 서초구 킴스클럽 강남점. 매장은 ‘피서객들’로 만원이었다. 카트가 길게 늘어서 ‘적체현상’을 빚었다. 바깥에서도 주차장은 꽉 차버렸고 주차장 입구 도로는 차들로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주부 최모씨(34·서울 동작구 흑석동)는 “심야에 ‘피서 나온’ 쇼핑객이 붐비는 걸 보니 열대야 현상이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장마가 끝나고 하루 중 최저 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열대야 마케팅’〓대형 할인매장 등의 야간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 업체들은 심야 피서온 주민들을 매출로 연결하기 위해 갖가지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열대야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서울의 킴스클럽 강남점은 야간 특정 시간대에만 할인판매하거나 특정 상품을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행사 등을 펼치고 있다. 2일의 경우 오후 11시반부터 1시간 동안 감자 돼지불고기 재래김 등을 50% 할인 판매하는 ‘타임서비스’ 및 100명에게 주방세제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 ‘원플러스원(1+1) 판매’ 등의 이벤트를 열었다.

방극창 과장은 “심야고객들이 ‘깜짝 이벤트’로 즐거워하는 것 같다”며 “피서객을 쇼핑객으로 전환시키는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마트는 주말과 휴일 폐장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1시간 더 늦췄다. 이마트측은 “열대야 시작 이후 오후 6시 이후 매출이 하루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며 “‘야간 봉사상품’과 야간 할인스티커를 주는 등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인근 백화점의 주차장을 야간주차장으로 추가 확보하기도 했다.

▽영화로 더위 달래기〓3일 0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의 복합영화상영관 ‘메가박스’는 더위를 피해 가족 단위로 영화를 보러 나온 손님들로 북적댔다. 이 상영관의 경우 0시 이후의 관람객이 평소보다 30% 늘어 관람석의 절반 이상이 채워지고 있다. 평소 0시경 문을 닫는 영화관 주변의 20여개 식품업소들도 심야족들을 노려 오전 2시까지로 영업을 연장하며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전용극장도 가족과 연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중구 장충동 남산자동차극장은 지난달 말부터 연일 입장권이 매진되고 있다. 이 극장 정상준 과장은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영화의 인기와 상관없이 표가 잘 팔린다”며 “가족단위의 ‘피서객’도 많다”고 말했다. 또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와 두산타워 등 대형 의류매장도 밤새 붐비고 있다.

▽열대야 건강 유지법〓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3일까지 서울에서 열대야 현상이 5일간 나타났다. 장마 탓에 열대야가 91∼2000년 평균(9.5일)에 비해 아직은 적은 편이나 불볕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예년보다 훨씬 더 열대야현상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구의 경우 올 들어 18일이 나타났는데 7월에만 14일 발생했다. 대구의 지난 10년간 평균은 11.5일.

열대야 발생일수

-춘천 강릉서울청주대전대구전주광주부산제주
최근30년간평균0.86.46.13.64.08.87.48.310.215.7
올들어 3일 현재055541811101315

이에 따라 불면증 냉방병 등에 걸릴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박사는 “외부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인체 중추신경계가 흥분해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며 “잠을 청하기 위해 마시는 술은 오히려 숙면을 방해하며 담배나 카페인이 든 음료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송윤미 박사는 “수분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은 식욕 부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보양식품보다는 입맛에 맞는 음식을 즐거운 마음으로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차지완·김현진·이진한기자>maruduk@donga.com

▼주말도 찜통더위…3일 영천 37.2도▼

주말인 4일에도 전국의 낮 최고기온이 32∼35도에 이르는 무더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4일 밤부터 5일 새벽까지의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4일 낮 예상 최고기온은 대구 전주 35도, 서울 대전 광주 춘천 34도, 부산 33도 등이다.

일요일인 5일은 전날보다 낮 기온이 2도 가량 내려가겠으나 여전히 덥겠고 전국적으로 오후에 차차 흐려져 비가 내리는 곳이 많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5일 오후 늦게부터 7일까지 전국에 걸쳐 비가 내리면서 무더위가 한풀 꺾이겠으나 8일부터는 다시 불볕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한편 3일 낮 최고기온은 영천 37.2도, 부여 37.0도, 춘천 35.6도, 대구 35.5도, 부산 34.3도, 서울 32.6도 등을 기록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