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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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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경쟁으로 경영난을 겪어온 인터넷 서점업계에 인수 합병 등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는 최근 삼성쇼핑몰이 운영하는 ‘크레센스’의 운영권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강인 ‘예스24’ 대표는 “당분간 ‘크레센스’ 사이트는 그대로 운영하고 이익금의 일부를 삼성측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2의 인터넷 서점 ‘알라딘’ 역시 세계 최대의 출판그룹인 베텔스만측에 상당량의 지분을 팔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조유식 ‘알라딘’ 대표는 “베텔스만측과 제휴 협력에 대해서 논의한 바는 있으나 아직 합의된 것은 없다”면서 인수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세계 150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기업인 베텔스만은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5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지배적 주주가 아닐 경우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지분 협상은 곧 실질적인 인수를 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외국출판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알라딘측이 인수 가격을 상당히 높게 요구한데다 협상을 진행해온 ‘베텔스만 싱가폴’의 의사결정자가 바뀌어서 협상이 잠시 미뤄진 상태”라고 전했다.
출판인회의 소속 출판사들과 상당수의 출판인들이 출자한 ‘북토피아’도 자본 잠식 상태로 폐업 위기에 몰려있다. 최근 김희경 푸른숲 출판사 대표를 새 경영자로 영입해 구조 조정과 사업다각화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만성적자를 견디지 못한 ‘8·15 닷컴’의 경우도 만성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경영권을 인터넷 기업체인 프리챌 쇼핑사이트에 넘기고 사이트를 폐쇄했다.
이처럼 인터넷 서점들이 활발한 인수합병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말 도서정가제를 지키기 위한 주요 출판사들의 담합으로 할인 판매에 제동이 걸리면서 경영압박이 가중된 것이 첫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아마존’ 같은 해외 인터넷 서점의 성공에 고무돼 작은 출판시장에 20여개 업체가 난립하면서 과당경쟁을 벌여온 것도 또 다른 원인. 게다가 수그러든 벤처열풍도 추가 투자를 감소시켜 행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인터넷서점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군소 업체의 폐업과 중간 크기의 업체 간의 합병이 가속화되어 결국 3∼4개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출판업계는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베텔스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세한 국내 도서유통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강인 ‘예스24’대표는 “베텔스만의 물량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토종 인터넷서점들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