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윤재웅 성장소설 '내친구 슈'

  • 입력 2001년 2월 23일 17시 30분


▼'내친구 슈' 윤재웅 지음/이영원 그림/그림같은 세상 펴냄/176족 7000원▼

이 책은 동화 형식으로 쓰여진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다. 비록 이율배반적이지만, 작가는 단순하고 평이한 동화 문체를 통해 삶에 대한 성찰과 깨우침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얻는다. 즉 작가는 우리가 그려놓은 삶의 무미건조한 밑그림 위에 서서, 살아 꿈틀대는 메시리를 전해주려 한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은 자폐아(다부)가 병아리 친구(슈)를 만나면서 둘만의 대화, 즉 '영혼의 말'을 나누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다부는 그토록 단단했던 자신만의 껍데기를 서서히 벗겨내고 세상으로 향하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

자폐는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부작용의 산물이다. 특히 도시라는 단단한 철골구조에 갇힌 채 삶을 꾸려가야 하는 현대인들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불안해한다. 이 책의 주인공 다부는 결코 자폐아가 아니다. 다부는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우리의 뒷모습이자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모든 이들의 상징인 것이다.

이 책은 이영원씨의 독특한 그림, 즉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섬세한 심리와 내용까지 표현한 그림이 곁들여져 재미 못지 않게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작가는 1961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서정시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 동화책을 스승인 미당 서정주에게 보여주기 위해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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