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불교내 우담바라 자성론]"우담 바라 '꽃'을 뽑아 버려라

  • 입력 2000년 12월 14일 20시 01분


◇"돈벌려 점-관상 보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실상사 주지 度法스님 신랄한 비판 화제

“우담바라꽃 사건이 부처님의 도량에서 점 사주 관상 따위를 자행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불교 조계종 내에서 신망이 높은 전북 남원 실상사 주지 도법(道法)스님이 최근 경기 의왕시 청계사 등 일부 사찰에서 피었다고 주장한 우담바라꽃 사건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도법스님은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 12일자에 기고한 ‘우담바라와 종지(宗旨) 종풍(宗風)’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우담바라꽃 바람이 휩쓸고 지나간 불교계의 현재 모습은 너무 남루하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그는 “신도가 많이 모이고 불전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었다면 우리가 우담바라꽃 바람을 일으켰을까”라고 물은 뒤 “우리가 참으로 부처님을 잘 모시고자 한다면 우담바라 다라니를 외울 것이 아니라 재산 명예 권력을 내던진 부처님처럼 청빈한 삶을 선택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도법스님은 이어 “조계종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인다’는 정통 선의 가풍을 자랑하는 한국 불교의 대표종단”이라면서 “팥죽 솥에 나타난 문수보살을 주걱으로 후려친 무착선사처럼 우담바라꽃(?)을 뽑아 아궁이에 내던지는 서릿발같은 선(禪)정신과 도덕성이 살아 나와야 한다”며 불교계의 각성을 촉구했다.

도법스님은 또 청계사의 ‘우담바라 친견 100일 대법회’에 참가한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正大)스님 등 종단의 지도자들을 겨냥한 듯 “분명 우담바라꽃 바람을 일으켜 불교계를 남루하게 한 중심에 종단의 일부 지도자와 불교언론이 있었다”며 “당사자들이 오류와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솔직 겸허함이 있어야 한다”고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주지스님과 종회의원 스님이 나눈 대화도 소개했다.

“스님 계시는 절에 우담바라꽃(?)이 피었으면 어려운 경제사정이 풀리고, 하시는 일도 좀 수월했을 텐데요.”

“잘 알면서 그러십니까. 힘있으면 우담바라꽃 되고 힘없으면 풀잠자리 알 되는 것이지요. 만일 힘없는 내가 그랬으면 쫓겨나던가 옷벗든가 양단간에 하나였을 겁니다. 허허허….”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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