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까기 인형' 볼쇼이-키로프 대리전 벌인다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9시 52분


국립발레단(단장 최태지)과 유니버설발레단(UBC·단장 문훈숙)이 ‘호두까기 인형’으로 맞붙는다. 이 작품은 국립발레단이 27년째, UBC가 15년째 공연 중인 두 발레단의 최장수 레퍼토리다.

그렇지만 올해처럼 ‘볼 만한’ 대결이 기대됐던 때가 있었을까?

지난해 국립발레단과 3편의 작품을 안무하기로 계약한 볼쇼이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74)의 등장 때문이다. UBC에는 77년부터 22년간 키로프를 지켜온 올레그 비노그라도프(63)가 98년부터 예술감독으로 버티고 있다.

한국을 무대로 러시아 고전발레의 양대 산맥인 키로프와 볼쇼이가 ‘대리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두 안무자 외에도 가장 가까우면서도 라이벌인 두 단장, 예술의 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의 자존심 싸움 등 여러 면에서 흥미롭다.

그리가로비치의 ‘호두까기 인형’은 16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66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된 그리가로비치 버전. 남성 무용수를 중심으로 회전과 도약, 군무 등 동적이면서도 힘있는 무대가 특징이다. 줄거리도 주인공 클라라를 마리로 바꾸는 등 대폭 수정됐다.

김주원―이원국, 김지영―신무섭과 국립발레단에 최근 입단한 홍정민―장운규 등 세 커플이 주인공 마리와 왕자로 트리플 캐스팅됐다.

UBC의 ‘호두까기 인형’은 21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바이노넨 버전’으로 ‘호두까기 인형’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주인공 클라라가 아역이 아니라 성인으로 출연하며 눈송이춤, 핑크 왈츠 등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매력이 장점이다.

바이노넨과 이 작품을 함께 작업하기도 한 비노그라도프는 “러시아에서는 ‘호두까기 인형’이 일종의 발레 교과서”라며 “원형에 충실한 발레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세연―엄재용, 황혜민―김종훈 등이 클라라와 왕자로 출연한다. 두 공연 모두 1만∼5만원. 1588―789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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