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들어 몇몇 과학자들이 웃음을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웃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속속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 밝혀진 웃음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웃음은 유머와 무관〓우리는 흔히 웃음은 유머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웃음―과학적 탐구’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는 미국 메릴랜드대 심리학자 로버트 프로빈 교수는 유머에 대한 반응은 웃음의 일부에 불과하며 웃음의 80%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빈 교수팀은 쇼핑몰이나 보도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사람들은 별로 웃기지 않은 말에도 종종 웃음을 터뜨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사람들은 혼자일 때 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30배나 더 자주 웃는 것으로 나타났다.
▽웃음과 미소는 근본적으로 다르다〓우리는 흔히 웃긴 정도에 따라 웃음과 미소가 구분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미국 밴더빌트대 심리학과 조안 바초로프스키 교수는 웃음은 미소와 별개의 행위라고 주장한다.
미소는 웃음에 비해 얼굴 근육을 훨씬 덜 사용할 뿐 아니라 소리도 내지 않는다. 또 의도적으로 미소를 지음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가장하기도 한다. 반면에 웃음은 보다 솔직하고 즉각적인 감정의 표현으로, 많은 신경과 근육, 성대까지 동원되는 에너지 소모가 큰 행동이다. 웃음을 속이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활짝 웃는 얼굴을 대하면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유머감각은 남성의 중요한 능력〓웃음은 호감과 협력을 암시한다. 따라서 타인의 웃음을 쉽게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매사에 협력과 지지를 쉽게 얻어낸다. 유머는 곧 설득력인 것이다. 뛰어난 정치인들의 유머감각이 일류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여자들은 낯선 남자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을 더 웃긴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어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결국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유머감각이 있는 남성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남자와 맺어질 경우 사회생활 뿐 아니라 가정생활도 원만하게 유지돼 자손을 통해 여성의 유전자가 계속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머는 뇌의 전두엽을 통해서 해석돼〓최근 미국 로체스터대 의대 딘 시바타 교수팀은 기능성 핵자기공명영상법(fMRI)을 이용해 뇌의 어떤 부분이 유머에 관여하는지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피시험자들에게 만담이나 만화를 보게 한 뒤 웃을 때 뇌의 활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전두엽의 아래 부분이 활동도가 높았다. 이 부분은 감정적 판단과 계획에 관여하는 부분과 같은 영역이다. 또 뇌출혈 등으로 이 부분이 손상된 사람들의 경우 유머감각을 잃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기자>alchimist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