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상대를 안심시키려는 수단…대부분 유머와 무관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53분


수천 년 동안 많은 학자들이 웃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대부분 손을 들고 말았다. 찰스 다윈조차 웃음을 가리켜 ‘너무나 복잡한 주제’라고 탄식했다. 그 결과 웃음은 그저 사람의 즐거운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 정도로 적당히 넘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몇몇 과학자들이 웃음을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웃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속속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 밝혀진 웃음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을 소개한다.

▽대부분의 웃음은 유머와 무관〓우리는 흔히 웃음은 유머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웃음―과학적 탐구’라는 책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는 미국 메릴랜드대 심리학자 로버트 프로빈 교수는 유머에 대한 반응은 웃음의 일부에 불과하며 웃음의 80%는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프로빈 교수팀은 쇼핑몰이나 보도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사람들은 별로 웃기지 않은 말에도 종종 웃음을 터뜨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사람들은 혼자일 때 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30배나 더 자주 웃는 것으로 나타났다.

▽웃음과 미소는 근본적으로 다르다〓우리는 흔히 웃긴 정도에 따라 웃음과 미소가 구분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미국 밴더빌트대 심리학과 조안 바초로프스키 교수는 웃음은 미소와 별개의 행위라고 주장한다.

미소는 웃음에 비해 얼굴 근육을 훨씬 덜 사용할 뿐 아니라 소리도 내지 않는다. 또 의도적으로 미소를 지음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가장하기도 한다. 반면에 웃음은 보다 솔직하고 즉각적인 감정의 표현으로, 많은 신경과 근육, 성대까지 동원되는 에너지 소모가 큰 행동이다. 웃음을 속이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활짝 웃는 얼굴을 대하면 본능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유머감각은 남성의 중요한 능력〓웃음은 호감과 협력을 암시한다. 따라서 타인의 웃음을 쉽게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매사에 협력과 지지를 쉽게 얻어낸다. 유머는 곧 설득력인 것이다. 뛰어난 정치인들의 유머감각이 일류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여자들은 낯선 남자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을 더 웃긴 남자를 다시 만나고 싶어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결국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유머감각이 있는 남성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남자와 맺어질 경우 사회생활 뿐 아니라 가정생활도 원만하게 유지돼 자손을 통해 여성의 유전자가 계속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머는 뇌의 전두엽을 통해서 해석돼〓최근 미국 로체스터대 의대 딘 시바타 교수팀은 기능성 핵자기공명영상법(fMRI)을 이용해 뇌의 어떤 부분이 유머에 관여하는지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피시험자들에게 만담이나 만화를 보게 한 뒤 웃을 때 뇌의 활동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전두엽의 아래 부분이 활동도가 높았다. 이 부분은 감정적 판단과 계획에 관여하는 부분과 같은 영역이다. 또 뇌출혈 등으로 이 부분이 손상된 사람들의 경우 유머감각을 잃어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강석기 동아사이언스기자>alchimis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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