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性 권하는 사회' O양과 B양 파급속도-파장에 큰 차이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9시 01분


<<‘백지영 영상물 파동’과 이전의 ‘O양 비디오’사건은전개과정이 아주 흡사하지만 20개월이 지난 후 이를 받아들이는 저간의 분위기는 많은 차이가 있다.

사건이 매스컴에 공개되기 전 오현경은 유학차, 백지영은 휴식차 각각 뉴욕과 괌으로 출국한 상태였으며 상대남성은 연예관계자, 유출경로는 당사자들도 정확히 몰랐다는 것이 공통적인 사실. 그러나 파급 속도와 전달방식은 큰 차이를 보인다.>>

백지영판은 ‘동영상’이고 오현경판은 ‘비디오’였다. ‘포르노성 영상물 출현―상대남성의 시인―여성의 항변―매스컴과의 인터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있어 백지영은 3일이 채 안걸린 반면 오현경은 3개월이 넘었던 이유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대기업인 D그룹의 메인서버가 한때 다운됐을 정도로 며칠 새 네티즌들의 ‘백지영 다운로드붐’은 거셌다.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 계열사에서는 공문이나 사내 통신을 통해 ‘백지영 파일을 유통하는 직원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하루 이틀 정도 ‘압축을 푸는 암호가 필요해서’ 시간이 지연되긴 했지만 두고두고 돌려가며 비디오로 감상하던 때와 클릭 한번으로 완전감상이 가능한 요즘과는 물리적인 시간차이가 너무 크다.

※ 기자회견 동영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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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당시 예비군 훈련장 앞에서 파는 ‘오현경비디오’를 틀어보면 연극배우 오현경이 나온 ‘손자병법’ 드라마가 나오니 조심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지만 지금은 ‘백지영풀버전’이라고 쓰인 E메일을 조심해야 할 판이다. ‘백지영풀’ 라벨이 붙은 문방용품 ‘풀’의 그림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나이차이는 5세지만 오현경은 89년 미스코리아 진이며 백지영은 99년 1집 ‘선택’으로 데뷔해 팬들도 386세대와 N세대층으로 양분된다.

오현경은 당시 언론에 “속죄하는 심정으로 살겠다. 당분간 컴백할 생각이 없다”고 했으나 백지영은 29일의 기자회견에서 “팬이 한 명만 남아도 가수활동은 계속하겠다”고 밝혀 24일로 예정된 콘서트를 강행할 분위기다.

백지영 팬클럽 사이트에서 만든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콘서트에 같이 가면 지영언니도 금방 웃음을 되찾을 거야(ID:glitter)” 같은 글들이 쇄도하고 한국여성민우회 같은 여성단체도 지난달 29일 발표자료를 통해 “여자 연예인은 인권도 없느냐”며 정색하는 등 비관 속 동정보다는 격려성 찬조발언으로 무게중심이 기울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 의대 조수철교수(정신과)는 “초기디지털과 업그레이드된 디지털이란 환경적 요인이 발생해 파급의 속도는 짧아진 반면 사회적 파장의 범위는 그만큼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뒤로는 즐길지언정 앞에서는 점잖은 태도를 취해야 했던 오현경의 386세대 팬들에 비해 ‘매춘도 아닌 사생활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백지영씨의 N세대 팬들의 목소리가 한결 커진 것에 대해선 시대와 세대차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맥락일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화평론가 하헌준씨는 “‘O양비디오’라는 예방주사 탓에 사람들은 별로 자극을 받을 여건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공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탈선행위’에서 ‘자연인의 사생활’로 인식이 바뀐 탓에 혼전성관계 혹은 도촬(盜撮)에 따른 가치판단 논란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는 분석이다.

불과 1년반 전 언론은 ‘연예인 모양’을 ‘O양’으로, 이것을 다시 ‘오현경’으로 바꾸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Q양’(일부언론 B양)이 ‘백지영’으로 바뀌는 데는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조인직기자>j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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