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새 대입제도 '혼란'…조기 수시모집-선발기준 모호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44분


“특기 적성이란 도대체 뭐지? 성적순으로 뽑는 것도 아니니 어떻게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나?”

“고교 2학년까지의 성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면 고교 교육은 엉망이 될텐데….”

수험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준다는 새 대학 입시제도가 발표되자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일선 고교 교사들은 “대학 가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능 점수 등 학업 성적보다 학생들의 다양한 소질과 적성에 비중을 두고 추천제를 확대하겠다는 새로운 기준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크게 봐서 방향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진학 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일부 학부모들은 선발의 공정성 유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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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고 석금종(石金鍾)교무부장은 “새 제도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현실적으로 학생 개인별로 특기나 적성을 일일이 파악해 지도하면서 추천서를 써주고 면접이나 논술지도까지 하려면 진학지도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나 대학들이 특기 적성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도 혼란의 한 요인이자 ‘과외비’ 걱정의 원인이 되고 있다.

고교 3년생 자녀를 둔 주부 김숙자(金淑子·53·서울 마포구 공덕2동)씨는 “올해 학교장 추천의 수시모집이 끝난 뒤 학부모 사이에 선발 기준이 의심스럽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객관적인 수치가 아니라 특기 적성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선발할 경우 떨어진 수험생들이 어떻게 승복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고교 1년생 3년생 자녀를 둔 주부 강정애(姜貞愛·47·서울 동작구 사당1동)씨는 “고교 3년생 딸에게 1년 반 동안 토플 개인과외를 시켜 영어 특기자로 수시모집에 응시했는데 외국에서 살다온 아이들에게 밀려 떨어졌다”며 “학교에서 특기 적성 교육을 제대로 못하는 실정에서 결국 학부모의 과외비 부담이 커지고 돈 있는 사람이 유리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수시모집 시기가 1학기로 앞당겨진 데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 고척고 2년 박승언(朴勝諺)군은 “1학기에 대학에 합격하면 졸업할 때까지 무엇을 하고 지내야할지 막막하고 다른 친구들은 뒤졌다는 ‘패배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휘문고 진학담당 신동원(申東元)교사는 “수시모집에 합격하는 학생들은 학습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상위권”이라며 “이 학생들이 흔들리면 학급 전체 분위기가 흐려지기 때문에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 수시모집 시기가 당겨지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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