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넓고 깊게 생각하기…청소년 인문학 길라잡이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45분


■지식의 바다에서 헤엄치기/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327쪽 9000원 동연

‘청소년이 어렵지 않게 읽으며 깊이 있는 사고를 연마할 수 있는 인문학 교양서.’

많은 인문학 연구자들이 이런 책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가장 성공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다.

하지만 젊은 철학연구자들의 모임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라면 적어도 이런 시도에는 가장 적절한 필진을 갖추고 있다.

이들은 이 책을 만들어 내기 전에 이미 ‘삶, 사회 그리고 과학’ ‘삶과 철학’ ‘문화와 철학’ 등 청소년과 대학생을 위한 인문학 입문서들을 만들어 내면서 나름의 기술을 축적해 왔다. 게다가 이들이 1994년 문을 연 ‘논리교육연구실’에서는 그 동안 쌓은 인문학 교육의 방법을 중고등학생을 위한 논술교육에 적용해 왔다.

사회의 한편에서는 ‘지식기반사회’를 강조하면서 또 한편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를 우려하는 모순된 현실을 바라보며, 필자들은 청소년들이 인문학을 쉽게 접하며 즐거움을 맛볼 만한 기회가 없는 우리 교육의 현실로부터 인문학의 위기가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이들이 그 동안 인문학의 대중화를 추구하며 축적해 온 자료를 엄선한 것이다. 학문과 진리, 예술과 종교, 과학기술과 정보화, 민족과 전통, 정치와 경제, 현대사회의 문화와 윤리, 청소년과 여성, 공동체와 인류의 미래 등 이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인문학 지식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학문은 왜 과학(science)인가?’ ‘진리란 무엇인가?’ 등 근본적 문제제기로부터 시작해 인류가 꿈꿔 온 유토피아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필요한 만큼 생산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하는 사회를 꿈꿨던 사회주의는 실패했다.”

보다 정확히 말해 사회주의가 실패했다기보다는 생산을 계획하고 분배를 공정하게 하려는 시도가 실패한 셈이다. 하지만 사회주의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복지’라는 새로운 원리를 추가하도록 함으로써 유토피아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 줬다.

“유토피아가 사라지는 지점에서 유토피아는 다시 새롭게 나타난다.”

입학시험을 마치고 이제 ‘합리적’으로 유토피아를 꿈꾸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야 할 청소년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