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밸리]퀵서비스 김종필씨 "배달주문 절반으로 떨어져"

  • 입력 2000년 11월 7일 19시 27분


“벤처밸리의 사정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하루속히 경기가 나아져야 할텐데….”

2년째 퀵서비스업체의 오토바이 배달부로 근무하고 있는 김필종씨(65)는 최근 누구보다 벤처업계의 불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벤처밸리 등 서울 강남지역이 주 활동무대인 김씨는 지난해말 오전 8시반∼오후 6시반 근무시간 내내 폭주하는 주문 탓에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바빴지만 요사이 일감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한때 전체 물량의 50%를 차지하던 벤처업계의 배달주문이 뚝 끊기면서 대기시간도 길어져 실제 오토바이를 타는 시간은 하루 5시간도 안돼요.”

그가 방문하는 벤처업체의 사무실에서도 더 이상 예전의 활기차고 시끌벅적하던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근심 어린 표정의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해요. 사무실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었더군요.”

몇 달 새 배달한 물품을 받을 사람이 이미 퇴사했거나 다른 곳으로 옮겼다는 얘기를 듣고 낭패를 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계약한 배달 월정금을 제 때 못 낼만큼 상황이 어려워져 연체금이 수백만원이나 되는 업체도 크게 늘었다는 것. 이 때문에 요즘은 대부분 건별로 배달료를 받고 있으며 새로 계약할 때도 업체의 규모나 물량보다는 신용을 우선 확인한다.

30년 간의 경찰공무원생활을 접고 치킨가게 등을 운영하다 외환위기로 실패한 뒤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에 오토바이 핸들을 잡아야 했던 김씨. 그런 탓인지 작금의 벤처불황을 바라보는 심정이 남다르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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