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소개 사이트 '탈선' 경쟁…음란물 등 위험수위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7시 13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경제학 이론이 인터넷 사이트에도 나타나고 있다. 값싸고 멋있는 술집을 소개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던 사이트들이 최근 ‘저질’정보를 유포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

문제의 사이트들은 당초 술에 관한 일반 상식과 몸을 축내지 않으면서 술마시는 방법 등 나름대로 의미있는 콘텐츠를 담았다. 그러나 최근 이들 사이트의 게시판은 낯뜨거운 언어와 음란물이 뒤범벅이 돼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

수도권 가맹점 300여 업소를 이용할 경우 술값의 10%를 현금으로 되돌려준다는 T사이트와 룸살롱에 대한 각종정보를 제공하는 N사이트, 중년을 대상으로 하는 술집만을 소개한 B사이트, 술 값을 역경매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는 E사이트등은 대개 ‘유흥문화 개선’을 내걸고 출범했다.

이 사이트들을 ‘숙취해소 음료는 음주 전에 마시면 오히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는 역효과가 있으므로 음주 후에 마시는 게 낫다’, ‘동맥경화를 방지, 심장병을 예방할 수 있는 알코올 섭취량은 하루 30∼50g’,‘알코올 양 계산법’, ‘우유 죽과 같은 자극성 없는 음식을 먹은 뒤 술을 마시는 게 좋다’ 등의 괜찮은 정보도 적지않다. 또한 지출 가능한 액수에 적합한 가장 좋은 술집을 추천해 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사이트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술집 접대부의 생활수기가 적나라하게 공개되는 등 음란사이트를 방불케하고 있다.

단란주점과 룸살롱들이 여자 종업원에 관한 신상정보를 소개하는 코너는 거의 포르노 수준. 종이전단에 실리는 여성의 사진과 함께 나이, 몸무게, 키와 신체특징이 올라있다. 게다가 음담패설에 가까운 문구와 실제 음성 녹음 등이 함께 하고 있어 마치 룸살롱을 인터넷에 옮겨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와관련,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유흥업소의 사이트 게시물등이 청소년에 유해한 것으로 판단되면 규제하겠다는 입장.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이영규사무국장은 “유흥업소 사이트의 경우 지금까지는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광고내용이나 게시물의 음란성이 문제가 될 경우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해 폐쇄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윤리위원회는 자체 모니터링 작업외에 인터넷(www.icec.or.kr) 신고센터 운영을 통해 청소년 유해매체를 걸러내고 있다.

<김태한기자·신일섭 동아닷컴기자>sis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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