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닷컴'이 성공하려면 굴뚝기업에서 배워라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9시 08분


코멘트
□'클랙 앤 모르타르' / 데이비드 포트럭 테리 피어스 지음/ 구본성 옮김/ 세종서적/ 405쪽/ 1만3000원

최근 발생한 한국디지탈라인 사건은, 보도대로라면 벤처 인터넷 비즈니스 붐에 편승한 사업가가 증시 안팎의 유력자와 짜고 코스닥시장을 유린해 거액을 챙겼다가 증시 침체에 몰려 몰락했다는 스토리다. 새삼 ‘잘 나가는’ 국내 벤처기업 수익 모델 가운데 어떤 것은 사기나 진배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코스닥기업의 말썽은 사실 예고된 것과 같다. 한때 닷컴기업이라면 가릴 것 없이 주가가 뛴다며 목돈을 거는 투자자들, 변변한 수익 모델도 없이 눈 먼 투자를 유치하는 데만 매달린 기업이 많았던 탓에 닷컴과 코스닥은 도박판 끝난 뒤처럼 함께 황폐해졌다. 이제서야 시장에서는 벤처기업들이 실속 있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야 기업도 시장도 산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 배경도 있어서 벤처의 주종인 닷컴 기업들은 인터넷을 활용한 수익 모델 창출에 부심하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적극 나서는 이른바 ‘굴뚝산업’ 소속 기업들에게는 특히 기존 비즈니스를 인터넷 비즈니스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방도가 고민거리다. 이렇게 부심하고 고민하는 기업들이 정작 빠뜨리기 쉬운 문제를 지적하는 책이 ‘클릭 앤 모르타르(Click and Mortar)’다.

‘클릭’은 닷컴 기업을, ‘모르타르’는 이른바 구(舊)경제 소속 오프라인 기업들을 가리킨다. ‘클릭 앤 모르타르’는 구경제 오프라인 기업들을 일컫는 ‘브릭 앤 모르타르(Brick and Mortar)’를 변형해 만든 제목이다. 비즈니스에서 온라인(닷컴)과 오프라인(구 경제 소속 기업)의 결합을 상징한다. 온라인 비즈니스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어떻게 접합시켜야 좋을지 알려주는 데 중점을 둔 내용으로 오해되기 쉽지만, 주된 메시지는 다른 데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로 수익을 올리려면, 전통적으로 우량하다고 평가되어 온 기업들이 공유하는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클릭 앤 모르타르’에 따르면 인터넷은 경이로운 신기술이다.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이 아무리 새롭고 경이로운 위력을 지닌 기술이라 해도 한갓 기술일 뿐이다. 임직원들의 일에 대한 높은 열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합리적 리더십, 고객 만족을 이끌어내는 충실한 서비스 정신 등 전통적으로 우량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통시대적 기업 가치의 견고한 토대 위에 서지 않는 한 제 아무리 인터넷 비즈니스를 일궈도 성공적인 수익을 낼 수 없다. 인터넷 기술 곧 ‘클릭’에는 반드시 우량 기업이 전통적으로 공유해 온 가치 곧 ‘모르타르’가 접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틀거리고 있는 국내 닷컴 기업과 인터넷 비즈니스의 현실을 감안하면 경청해야 할 주장이다.

메시지를 전하는 주된 소재는 미국의 증권투자회사 슈왑의 사례다. 오프라인 기업에서 출발한 슈왑은 인터넷에 온라인 증권업체 e.Schwab을 세우고 기존 판매망과 온라인을 통합해 모범적인 ‘클릭 앤 모르타르’를 만들어냈다. 저자 데이비드 포트럭(David S. Pottruck)은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의 최고경영자로서 슈왑의 ‘클릭 앤 모르타르’ 만들기를 지휘한 사람이다. 슈왑이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간 경위를 참고하는 데 관심 있는 이에게는 특히 도움이 될 책이다.

곽해선(SIM컨설팅 경제교육연구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