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고교평준화/고양]"신도시만 단일학군을"

  • 입력 2000년 10월 18일 19시 02분


일산 신도시를 포함하고 있는 경기 고양시 중학생들의 입시 열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각 입시학원에는 백석고 진학반이 따로 편성돼 있고 아직 성장기의 중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오전 2, 3시까지 학원에 붙잡혀 있어야 하는 실정이다.

▽실태〓일산구에는 인문계 10개, 실업계 5개 등 모두 15개 고교가 있으며 덕양구에는 인문계 7개, 실업계 1개교가 있다. 학년당 정원은 8500명 내외로 현재 중학 1년생 1만1190명, 초교 6학년 1만2231명 등 저학년일수록 학생수가 늘고 있어 입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일산 신도시내 일부 고교들이 높은 대학 진학률을 보임에 따라 의정부 김포 등 인근 지역의 학생들까지 이 곳으로 응시하고 있어 입시열병이 일산만의 문제를 넘어서는 상황이 돼버렸다.

이 때문에 교육관계자들은 하루빨리 평준화를 도입하고 고교를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교조 고양지회 박석균 지회장(41)은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낙오자의 느낌을 주는 비평준화제는 학교 교육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입시지옥 해결을 위해서는 평준화 도입과 고교 신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고양시 학교 현황
구분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학교수612823
학생수8만50603만11502만4940

▽비평준화 고수〓백석고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모씨는 “평준화를 해도 조금이라도 입시성적이 좋은 학교가 나오면 그 학교로 또다시 학생들이 몰려들 것”이라며 “입시열병은 좋은 대학을 나와야 출세하는 사회구조가 문제이므로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모이는 비평준화를 없앨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비평준화를 선호하는 층은 자녀의 학업성적이 우수한 일부 학부모의 견해이지만 학군 조정 문제와 맞물려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평준화 도입 논란〓평준화를 도입하자는 의견은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산 신도시 내에서 70% 이상의 찬성을 얻고 있다. 하지만 신도시 학부모들은 평준화를 도입해도 고양시 전체를 단일 학군으로 조정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신도시 내 고교의 입시성적이 비교적 우수한데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덕양구의 학교를 다니기에 불편하다는 게 이유.

평준화에 찬성하는 조정숙씨(44·여)는 “고양시 전체를 하나로 묶는 평준화에는 반대할 것”이라며 “신도시의 각종 매력에 끌려 이사왔는데 아이들은 다른 곳으로 학교를 다녀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책〓다른 지역으로까지 번지는 조기 입시 열풍과 고교 증설 필요성 제기 등 고교 평준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군조정에 대한 의견은 수렴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참교육 학부모회’ 고양지부 박이선 지부장(38)은 “우수 학생들을 위해서는 외국어고나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를 설립해야 한다”며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하루빨리 평준화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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