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위대한 대통령 끔찍한 대통령'

  • 입력 2000년 9월 8일 18시 32분


1989년, 미국 ‘라이딩스 매키버 대통령 여론조사팀’이 활동을 시작했다. 역대 대통령 39명에 대한 ‘성적’을 매기는 것이 임무였다. 역사학자와 정치학자를 주축으로 공무원, 변호사, 작가, 유럽의 미국전문가 등 700여명에게 설문이 발송됐다. 응답자는 지도력 정치력 등 다섯가지 능력에 대해 A∼E의 평점을 매겼고 이를 토대로 순위가 가려졌다. 1996년에는 부시, 클린턴 두 사람에 대한 평가가 추가됐다.

‘위대한 대통령, 끔찍한 대통령’은 이 조사에 따라 41명의 미국 역대대통령을 순서대로 세운 ‘대통령의 성적표’다.

직무 성취도의 차이는 있지만 41명 모두는 의회와 야당, 자당(自黨)내 경쟁자, 시민단체, 군산(軍産)복합체의 끊임없는 압력 속에서 균형있는 조정자 역할을 고심하며 수행했다. 권위주의와 인치(人治)라는 비판을 벗어나 점차 시민적 탈권위주의로 이행돼가는 우리의 정치문화 속에서 41명이 거쳐간 실수와 극복, 성취의 기록은 충분한 교과서 역할을 할 법하다.

‘부진아’들의 성적표를 먼저 뒤지게 되는 것은 악취미 탓일까. 미국 대통령들의 가장 큰 실패원인은 ‘인사’에 있었다. 꼴찌를 기록한 하딩은 어린 시절 친구들을 요직에 등용함으로써 친구들이 부패사건으로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모습을 무덤에서 지켜보아야 했다. 38위인 그랜트도 측근들의 황금 매점매석과 특혜시비 속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40위 뷰캐넌은 ‘남북전쟁으로 치닫는 나라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39위 앤드루 존슨은 야당과 사사건건 대립만 한 탓에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열등생의 시대에는 나라가 비교적 평온했다. 금 은 동메달을 차지한 우등생이 위기의 시대에 배출됐다는 사실은 미국이 가져온 ‘인복(人福)’의 크기를 실감케 한다. 1위 링컨이 남북전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은 데는 적을 잘 다루어 친구로 만들었던 그의 개인외교술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 조사 참가자들은 그를 ‘위기관리의 대가’로 찬양했다. 2위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2차대전을 승전으로 이끌었을 뿐 아니라 대공황의 시기 유럽이 파시즘을 대안으로 선택하던 시절에 자유민주주의를 성공적으로 지켜냈다고 평가받았다. 3위를 차지한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은 ‘그가 우상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하자’라는 언론의 경고를 받았지만 우상이 되는 대신 퇴임해 평온한 일상으로 걸어들어갔다.

최근 40년간의 대통령이 전원 중위권 (12위 린든 존슨∼32위 닉슨)에 머물러있다는 사실도 주목할만 하다. 애초부터 ‘시스템’에 의해 움직여온 미국은 2차대전 후 예외적으로 큰 실패나 성공을 용납하지 않을 만큼 안정된 시스템으로 움직여가는 것은 아닐까. 반면 설문 참가자들이 자기 시대의 인물들을 평가하는데 지나치게 조심스러웠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역대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평점도 책 말미에 실렸다. 1위부터 5위까지 엘리너 루즈벨트, 힐러리 클린턴, 애비게일 애덤스, 돌리 매디슨, 로잘린 카터 순.

▼'위대한 대통령, 끔찍한 대통령'/ 윌리엄 라이딩스 외 지음/ 김형곤 옮김/ 한언/ 448쪽 98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역대 미국 대통령 평가순위

인물

종합순위

지도력

업적

정치력

인사

도덕성

에이브러햄 링컨

1

2

1

2

3

1

프랭클린 루즈벨트

2

1

2

1

2

15

조지 워싱턴

3

3

3

7

1

2

토머스 제퍼슨

4

6

5

5

4

7

시어도어 루즈벨트

5

4

4

4

5

12

린든 존슨

12

11

12

3

10

37

존 케네디

15

8

16

10

7

34

지미 카터

19

28

22

32

14

5

조지 부시

22

24

18

27

25

24

빌 클릴턴

23

26

23

20

24

38

로널드 레이건

26

16

27

9

39

39

제럴드 포드

27

34

28

24

23

17

리처드 닉슨

32

21

19

18

34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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