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만성피로 환자 1700명 호르몬제 엉터리 투약

  • 입력 2000년 9월 6일 23시 11분


의사가 만성 피로감을 호소하는 환자 1700여명에게 정확한 진단없이 호르몬 약제를 투약해 온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5부(재판장 김선중·金善中부장판사)는 6일 피부염을 치료하려다 잘못된 처방으로 시력 장애와 과수면증 등을 앓게 됐다며 이모군(19)과 가족들이 의사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박씨는 이씨 등에게 8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박씨가 피부염 증세를 보이는 이군에게 간단한 검사만을 거쳐 성급히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내린 뒤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없이 부신피질 호르몬 등을 투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군에게 이상 증세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없이 계속 같은 약을 투여해 상태가 악화된 만큼 배상을 하라”고 밝혔다.

이군은 97년 12월 만 2, 3세부터 앓기 시작한 ‘아토피피부염’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박씨의 병원을 찾았으나 7개월간 치료를 받은 뒤 ‘쿠싱증후군’(부신피질호르몬의 과잉 분비로 복통과 과수면증 등이 나타나는 증세)에 시달리게 되자 소송을 냈다.한편 의사 박씨는 2년여간 환자 1700여명에게 만성피로증후군 진단을 내리고 부신피질호르몬 등을 투여했으며 환자들에게 의료보험 수가를 적용하지 않고 비싼 진료비를 받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4월 넉달간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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