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신간]'김한길의 희망일기'…평범한 일상 재치

  • 입력 2000년 9월 1일 19시 58분


#1

“명길이가 아기 이름을 빨리 지어내라고 성화다. 나는 엄마, 아빠 이름의 마지막 자를 따서 ‘길길’이가 어떠냐고 했더니 명길이가 정색을 하고 노려본다.”

#2

명길: “아기가 많이 컸나 봐요.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거든요.”

의사: “그건 그냥 지방이에요. 요즘에 뭘 많이 드셨나 보죠.”

#3

“병실에 모여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그랬다. ‘애비를 그대로 판박이했구만….’ 딱 하나 머리가 까만 것만 다르다나. 명길이도 그런다. 이상하다. 내가 괴상하게 생겼나…?”

어느 때나 유명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은 만만치않은 재미를 준다. 당사자가 태연히 공개하는 내용이라면 ‘엿보는’ 것보다는 조금 흥미가 덜어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역시 남의 안방에 한발 들어선 재미는 쉽게 버릴 수 없다. 더군다나 당사자가 ‘힘있는 남자’와 톱 탤런트라는 흔치 않은 커플이라면.

필자가 한때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인기소설 (여자의 남자, 1992)의 저자라면 호기심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김한길의 희망일기’는 47세인 한 소설가의, 한 방송인의, 한 정치인의 일기와 칼럼 모음집이다. 20대 초반의 ‘병정일기’ ‘대학일기’, 30대 초반의 ‘미국일기’부터 동아일보 등에 기고한 시사칼럼, 부친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에 대한 회고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에 걸치는 넓은 이야깃거리가 펼쳐져 있다. 그러나 일상의 사건에 담긴 의미를 순간에 포착하는 순발력과 둥글둥글한 유머는 시종일관하다.

‘당연히’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그의 내밀한 부분인 ‘가족일기’. 아기의 안부를 묻는 사람은 반드시 그가 내미는 사진을 봐야 한단다. “특별히 그냥 보여드리는 겁니다”는 코멘트와 함께. 그럴 때의 미소를 상상할 수 있는가. 책장을 넘기다 보면 ‘특별히 보여주는 건데요…’라는 그의 눈웃음이 보이는 것도 같다.

의외로 비칠 수 있는 점은 그가 부인 흉도 만만치 않게 본다는 사실. 324쪽 75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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