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우주의 수수께끼' 우주에 빠져 가을 맞자

  • 입력 2000년 9월 1일 18시 43분


흔한 우주 사진 모음집이 아니다. 그렇다고 어려운 우주이론을 알쏭달쏭한 용어로 설명한 전공서도 아니다. 빛의 속도, 만유인력, 상대성 이론 같은 우주의 기본원리를 재료로한 ‘인문학적 고찰서’라고 할까.

일반인에게는 다소 딱딱하게 읽힐 것이고, 전공자에겐 시시하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을 주저없이 추천하는 이유는 ‘진지한 경계 넘나듦’의 미덕 때문이다. ‘요건 몰랐지?’하는 식의 센세이셔널리즘 같은 경박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우주에 대한 과학적 성취를 성실하게 풀이하면서 거기 담긴 함의를 진지하게 성찰한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난해하리지 않다. 지금 당장 태양이 폭발해도 지구에서는 8분30초 후에야 알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우주는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다, ‘빅 뱅’은 소리가 없었다…. 우주의 법칙들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외계인은 있을까, 있다면 인간과 비슷할까, 지구가 황폐해지면 새 별로 이주할 수 있을까 등등, 누구나 한번쯤 공상의 나래를 펴봤음직한 주제도 친절히 답한다. 는 사실은 어떤가.

여기에 더해서 과학 언어를 인문학적 수사로 번역해 살갑게 체감시키게 만드는 탁월함이 있다. ‘우주는 비누 거품으로 가득한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욕조’ 같은 매력적인 표현이 곳곳에 널려있다. 밤하늘에 나타나는 별은 각기 몇 년에서 수백만전 전의 모습이란 사실을 설명하고는 이렇게 적고 있다.

“우주에는 현재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 곳곳마다 수 많은 ‘현재’가 존재한다. 즉 우주 전체 차원에서 동시성이란 없으며 오직 비동시성만이 지배한다.”

노자 ‘도덕경’의 한 대목을 연상시킨다.

▼'우주의 수수께끼'/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이민용 옮김/ 이끌리오 펴냄/ 248쪽 1만원▼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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