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는 다소 딱딱하게 읽힐 것이고, 전공자에겐 시시하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을 주저없이 추천하는 이유는 ‘진지한 경계 넘나듦’의 미덕 때문이다. ‘요건 몰랐지?’하는 식의 센세이셔널리즘 같은 경박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우주에 대한 과학적 성취를 성실하게 풀이하면서 거기 담긴 함의를 진지하게 성찰한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난해하리지 않다. 지금 당장 태양이 폭발해도 지구에서는 8분30초 후에야 알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난다, 우주는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다, ‘빅 뱅’은 소리가 없었다…. 우주의 법칙들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외계인은 있을까, 있다면 인간과 비슷할까, 지구가 황폐해지면 새 별로 이주할 수 있을까 등등, 누구나 한번쯤 공상의 나래를 펴봤음직한 주제도 친절히 답한다. 는 사실은 어떤가.
여기에 더해서 과학 언어를 인문학적 수사로 번역해 살갑게 체감시키게 만드는 탁월함이 있다. ‘우주는 비누 거품으로 가득한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욕조’ 같은 매력적인 표현이 곳곳에 널려있다. 밤하늘에 나타나는 별은 각기 몇 년에서 수백만전 전의 모습이란 사실을 설명하고는 이렇게 적고 있다.
“우주에는 현재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 곳곳마다 수 많은 ‘현재’가 존재한다. 즉 우주 전체 차원에서 동시성이란 없으며 오직 비동시성만이 지배한다.”
노자 ‘도덕경’의 한 대목을 연상시킨다.
▼'우주의 수수께끼'/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이민용 옮김/ 이끌리오 펴냄/ 248쪽 1만원▼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