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유행옷]'과장' 줄고 실루엣 차분해져

  • 입력 2000년 8월 9일 18시 56분


단아한 분위기의 복고풍 스커트정장
단아한 분위기의 복고풍 스커트정장
백화점은 벌써 가을. 여성복 매장엔 어느새 소매가 길고 가라앉은 색상의 가을패션 일색이다.

“차분하고 성숙해 보이는데 값은 비싸졌어요.”

가을옷 장만을 위해 서울 강남의 백화점을 돌아본 직장여성 김희수씨(27·씨티은행 압구정지점)의 느낌. 지난해 가을엔 회색과 검정 정장을 많이 입었지만 올해는 ‘크리미 카멜’(부드러운 낙타색) 빛깔의 여성적인 투피스를 한 벌 마련해야 유행에 뒤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신원 여성복 브랜드 씨의 박란실 디자인실장은 ‘복고풍’ ‘고급스러움’ ‘여성다움’ 등이 올가을 패션의 키워드라고 설명. 90년대 중후반 미니멀리즘의 영향으로 심플한 느낌이 남아있지만 전반적으로 80년대적 화려함이 올가을 여성복을 지배한다.

◆'과장' 줄고 실루엣 차분해져

▽클래식하게〓90년대 중반 이후 열세였던 정장 차림의 복고풍 슈트가 가을 패션의 주류로 등장. 맨발에 민소매로 거리를 누볐던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도 새치름히, 성숙한 듯 몸을 감쌀 것 같다.

재킷은 지난해보다 잘록해진 허리선, 패드를 넣어 강조한 어깨, 여유 있는 소매통 등이 특징. 허리 아래로 풍성하게 퍼지는 플레어스커트나 통 넓은 바지 등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진짜 80년대 패션’보다는 과장이 덜하고 실루엣도 차분해졌다고 평가.

소재에도 복고의 입김이 드세다. 베스띠벨리 소재팀 노경희팀장은 “밝고 화려한 색감에 실험적인 소재들이 주종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면 울 실크 등 자연소재가 많이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늦가을이나 겨울에는 천연모피와 거칠게 짠 모직물인 트위드가 인기를 끌듯.

테마색은 낙타색(회갈색) 황금색 브라운색 등의 차분하고 안정된 빛깔. 빨강 와인색 보라색 등이 악센트를 준다.

◆소재-디자인 고급화…값 50~80% 올라

▽고급스럽게〓‘노블레스 라벨’이 보편화됐다. 기존 브랜드의 소재와 디자인을 고급화하면서 블랙 레드 골드라벨을 붙여 가격을 높인 것.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김종인과장은 “타임과 오브제에 이어 텔레그라프 모리스커밍홈 지센 앗슘 베스띠벨리 등이 노블레스 라벨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투피스 한 벌 평균 70만원 정도로 일반제품에 비해 50∼80% 비싸지만 백화점과 여성복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과 맞물려 수요가 늘어날 전망.

캐주얼의 가격도 전체적으로 5∼10% 올랐다. 지난해 가을 한 벌에 44만∼46만원이던 투피스가 올해는 49만∼59만원 수준.

◆가슴 강조 등 섹시함 최대한 드러내

▽여성스럽게〓여성미와 요염함, 섹시함을 최대한 강조하는 것이 올해 디자인의 특징.

신세계 백화점 여성매입부 노건식부장은 “지난해보다 가슴이 깊이 파인 브이넥 티셔츠와 니트, 목둘레선에 맞춰 스카프가 붙어 있는 스카프넥 블라우스도 크게 늘었다”고 소개. 자칫 단순해 보일 수 있는 복고풍 정장에도 스카프를 둘러 포인트를 준다.

귀고리 목걸이 등 액세서리도 큼직하고 화려해졌다. 구두 역시 앞부분이 뾰족하고 볼이 좁으며 굽이 높은 스타일이 주도할 듯. 양가죽이나 송아지가죽, 스웨이드 등 고급소재가 사용된 우아한 스타일의 앵클부츠가 많이 선보인다. 키사 닥스 트렌드북 오뜨 텐디 엘리자베스 등의 가을구두가 13만∼15만원선.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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