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은 공룡 생태연구의 寶庫"…조각류 집단생활 첫 확인

  • 입력 2000년 8월 7일 19시 09분


공룡 발자국이 대량으로 발견된 경남 고성군에 세계 고생물학계의 이목이 쏠렸다. 4000여개 발자국 화석이 1억년전 공룡의 생태와 진화 과정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고생물학회 주관으로 최근 고성군 상족암국립공원에서 열린 국제공룡학술심포지엄은 외국의 공룡석학들에게 이를 확인시킨 자리였다. 여기서 이융남 박사(서울대)와 양승영교수(경북대) 등 연구팀은 3월 고생물학회 조사단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중생대 전기 백악기 공룡 발자국이 갖는 학술적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고성군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것은 조각류(鳥脚類) 공룡(전체 61%)으로 발자국 형태 상당수가 평행한 보행열이었다. 참가한 외국 학자들도 최대 18마리가 나란히 지나간 발자국이 발견됐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구아노돈(영화 ‘다이너소어’ 주인공) 같은 조각류가 이렇게 떼로 몰려다니며 집단 생활을 했다는 것은 처음 알려진 것이다.

용각류(龍脚類·목이 긴 공룡) 발자국은 수적으로는 적지만(34%) 앞발과 뒷발의 면적 비율이 1대1에서 1대5까지 다양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다른 곳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목 긴 공룡들이 함께 서식했음을 보여주기 때문. 특히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발견된 용각류 중 가장 작은 길이(9cm)의 발자국이 발견돼 가장 큰 용각류 발자국(115cm)까지 한꺼번이 나온 유일한 지역으로 기록됐다.

앞발과 뒷발의 면적이 거의 같은 용각류 발자국이 발견된 것도 처음이었다. 이는 고성 지역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용각류와는 전혀 다른 종이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발견된 용각류는 보통 뒷발바닥 면적이 앞발에 비해 두 배에서 5배까지 크다.

이밖에도 수각류(獸脚類·육식 공룡) 발자국은 많이 발견되지는 않았지만(5%) 평행한 보행열을 보이지 않아 단독으로 이동했다는 점, 조각류와 용각류가 걸음 방향을 바꿀 때는 속도를 늦춰 인접 동물과 부딪히지 않았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조사팀이 지난 겨울 고성군 관내 해안가 5곳에서 발견한 알 화석과 둥지도 우리나라 공룡 연구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몽골에서만 발견된 공룡알 화석이 전남 보성과 경기 시화호에 이어 이 곳에서도 다수 발견됐다.

현장을 둘러본 지퀴 차오 박사(중국과학원 척추고생물연구소)는 “알 분포 형태가 중국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대륙 공룡과의 연관성을 살피는데 관심을 보였다.

하워드 허치슨 교수(미국 버클리대)는 고성의 남쪽 해안가 알 산지 중 한 곳이 “중생대 전기 백악기의 거북알 화석이 분명하다”면서 “거북의 기원과 분화를 연구하는데 흥미로운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발견된 알과 경북 경산 지역에서 나온 거북 껍질의 미세구조를 연구하면 중생대 삼척기에 아시아 지역에서 갑자기 출현한 뒤 북미 지역으로 퍼져나간 거북의 분화 양상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성〓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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