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병원서 특진 받으세요" 환자 등치는 브로커 활개

  • 입력 2000년 8월 4일 18시 53분


“미국 병원에서 치료받으세요.”

국내 중상류층의 미국 병원 진료 바람에 맞물려 ‘미국병원 관련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브로커가 성행하는가 하면 미국 병원을 소개하는 벤처기업도 생겼다.

발병하면 미국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도록 주선하는 보험상품도 곧 나올 예정이다.

지난달 서울 S병원에서 난소암 판정을 받은 문모씨(42·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최근 난데없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40대 남성은 어떻게 알았는지 10억원을 내면 미국 브리그햄앤드 우먼스병원 등 원하는 병원에서 최우선으로 진료받도록 알선해주겠다는 것.

고려대안암병원 이경일(李暻日·유전자치료)교수는 올해들어 암환자 3,4명이 미국병원에서 치료받으라는 브로커의 제안을 받았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어왔다고 전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이종철(李鍾徹)부원장은 “교민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와 하버드대가 있는 보스턴 등에는 한국인 상대 병원 브로커가 성업 중이며 바가지를 쓰는 피해를 보고도 밝힐 수 없어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병원 브로커가 활개치는 것은 국내에서 일류 교수에게 진료받으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친인척까지 동원해야 하는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국내 환자들은 미국 유명병원에서 진료받는 것도 정상적 경로로는 힘들다고 지레짐작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통해 병원에 부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 유명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은 생각만큼 힘들지 않다.

MD앤더슨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하철수박사(치료방사선과)는 “MD앤더슨병원은 환자가 진료신청을 하면 누구든지 3일 내에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며 10일을 넘기지 않으려 애쓴다”고 밝혔다.

메이요클리닉의 한국인 통역으로 근무하는 박영숙씨는 “미국 병원에는 이른바 ‘빽’이 없어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면서 “전화로 통역과 상담을 하고 진료예약만 하면 되고 인터넷 예약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엔 개인 브로커의 피해를 없애고 국내 환자에게 미국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치를 내건 벤처기업도 생기고 있다.

올해초 설립된 벤처기업 에임메드는 회원들에게 미국 존스홉킨스 UCLA병원 등 7개 병원에 소개해 주고 국내 환자의 병원 자료를 미국에 보내 ‘확진’받게 하는 의료상품을 9월 중순 내놓을 예정.

또 다른 벤처기업 암메드인터내셔널은 MD앤더슨병원에 진료자료를 보내 확진받는 서비스를 개발중이다.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고 영국 프랑스 등 14개국에 지사를 둔 다국적 의료정보 서비스업체 월드케어는 8월말 한국지사를 설립한다. 첫 사업으로 환자가 150만∼200만원을 내면 하버드대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브리그햄 앤드 우먼스병원 등 10개 주요병원에 국내 진료자료를 보내 확진받도록 한다.

미국 병원과 연관된 보험상품도 잇따라 나올 예정.

교보생명은 한달에 7만∼8만원을 내면 암이 발병했을 때 MD앤더슨병원에서 진료받게 하고 1억원을 지급하는 암보험상품을 이달안에 내놓을 예정.

월드케어는 내년초 파격적인 보험상품을 내놓는다는 목표로 국내 2, 3개 보험회사와 접촉하고 있다. 한달 보험료 15만∼20만원을 내면 온가족이 암 심장질환 뇌질환 관절질환에 걸렸을 때 미국 주요 병원에서 치료받도록 알선해 주며 항공료 체재비 입원 치료비 모두를 부담한다는 것.

<이성주·이호갑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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