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프랑스 수학자 갈루아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8분


에바리스테 갈루아(1811∼1832). 스물한살의 나이에 요절한 비운의 프랑스 수학 천재. 군(群)이론을 창안해 수학사에 찬란한 업적을 남긴 인물. 그의 군이론은 기하학 대수학의 획기적 발전을 가져왔고 지금도 핵물리학 유전공학의 토대가 되고 있다.

이 책은 프랑스 대혁명 직후의 격변기를 살았던 비운의 천재 갈루아의 전기다. 학습 지진아에서 수학의 천재로, 수학의 천재에서 열렬한 혁명가로의 변신, 그리고 연적(戀敵)과의 결투 도중 어이 없는 죽음. 한 수학 천재의 격정적이고 낭만적인 삶을 19세기 프랑스의 시대적 풍경과 함께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산만한 수업태도. 도저히 파악하기 힘든 성격. 재능은 있는 것 같지만 도대체 어떤 재능인지 알 도리가 없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할 재능….’

중학교 2학년 낙제생 갈루아의 성적표 내용. 말 그대로 학습 지진아였다. 그러던 어느날 유클리드 기하학 강의 시간, 자신도 모르게 기하학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열병처럼 몰려온 수학에 대한 열정, 섬광처럼 번득이기 시작한 수학적 비범함. 이후 갈루아는 온종일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파스칼의 책에 묻혀 살았다.

갈루아의 시대는 혼돈과 불안의 시대였다. 점점 고조되는 혁명의 분위기. 그래도 그는 수학을 버리지 않았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5차방정식 해법에 대해 끝없이 도전했다.

“5차방정식에 도전하는 일이 압제에 대한 투쟁보다 훨씬 더 숭고하고 영웅적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

그러나 세상사에 도움이 될만한 공부를 권하는 아버지와의 갈등. 5차방정식의 해법도 찾지 못하고 입시에도 실패하고, 좌절은 계속됐지만 그의 꿈은 여전히 최고의 수학자였다.

그 와중에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에 보수파들의 정치적 음모가 숨어있다는 주변의 얘기가 떠돌았다. 순간, 갈루아의 머리를 스쳐간 단어는 복수였다. 그렇다면 수학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갈등과 고뇌의 연속.

내가 5차방정식을 푼다고 해서 이 땅의 고통이 사라질 수 있을까. 수학기호 ‘〓’처럼 절대 평등의 세상은 없는 걸까. ”

수학에 대한 갈루아의 생각은 바뀌어 갔고 드디어 급진적인 혁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 후의 삶은 격동의 연속이었다. 혁명 조직 가담, 무장 투쟁, 두 차례의 체포와 한 차례의 투옥. 콜레라 감염으로 인해 출옥 후 요양소에서의 휴양. 그곳에서 한 여성과의 만남, 폭풍처럼 몰려온 사랑, 그리고 실연.

죽음에 대한 예감이었는지 그는 수학 이론에 관한 메모를 유서처럼 남겨놓고 연적과 결투를 시작한다. 그리고 결투 도중 총을 맞고 쓰러지는 갈루아.

“모든 것을 감싸 안는 0의 자궁 속으로 돌아가리라”

유언같은 메모가 수학계의 주목을 받아 대수함수론 발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그가 죽고 나서 40년 후. 세상은 뒤늦게 그의 천재성을 알게 된 것이다.

수학을 통해 삶과 역사를 발견해나가는 갈루아의 인생 역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져 있는 책. 감성적인 비유와 상징, 철학적인 대화, 유려한 문체가 감동을 더해 준다. 저자는 호주의 소설가이자 시인이며 극작가. 김연수 옮김. 전2권 각 270쪽 내외, 85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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